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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졸업식 ‘꽃 특수’ 옛말

입학·졸업식 ‘꽃 특수’ 옛말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02-29 23:06
업데이트 2016-03-0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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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농가 매출 30% ‘뚝’… “사진 한번 찍자고 사기 아까워”

꽃다발이 입학식과 졸업식의 필수품이던 시절은 끝났다. 불황에 위축된 하객들은 꽃을 사는 데 좀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입학·졸업생들도 꽃다발보다는 실용적인 선물을 원한다. ‘대박’을 기대했던 화훼 농가와 상인들은 쪼그라든 매출에 울상이다.

입학·졸업식에다 밸런타인데이까지 들어 있는 2월은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이 있는 5월과 함께 화훼업계의 대표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꽃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화훼 공판장에서 거래된 장미꽃은 2014년 2월 320만 송이, 2015년 2월 280만 송이로 감소했다. 올해에도 거래량이 지난해 수준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가격이 폭락했다. 장미꽃 10송이 기준으로 지난해 7306원에서 올해 6621원으로 떨어졌다.

홍영수(43)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29일 “꽃 수요는 경기를 많이 타는데, 올해는 불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이모(23·여)씨는 “사진 한 번 찍자고 2만원짜리 꽃다발을 사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라면서 “부모님께 꽃다발 대신 향초를 사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최근 졸업식에서 후배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대학원생 김모(29·여)씨는 “2년 전만 해도 졸업생 대부분이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올해 꽃다발을 든 졸업생은 10명 중 5명도 안 돼 보였다”고 말했다.

꽃이 잘 안 팔리다 보니 학교 앞 상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25일 졸업식이 열린 숙명여대 정문 앞에서는 꽃 파는 상인 50여명이 거의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였다.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루 전부터 자리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꽃이 잘 안 팔리는데, 상인들이 늘어나서 더 힘들어졌다”면서 “2만원짜리 꽃다발을 1만 5000원으로 깎아 준 뒤에야 간신히 몇 다발을 팔았다”고 말했다. 6년 넘게 경기도 일대 학교의 입학·졸업식을 찾아다니며 꽃다발을 팔아 온 정영식(33)씨는“취업이 잘 안 돼서 그러는지 젊은 사람들까지 장사에 나서면서 꽃 하나 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3-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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