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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보도자료?…전문가·기자 “한참 봐도 어려워”

누굴 위한 보도자료?…전문가·기자 “한참 봐도 어려워”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2-01 07:12
업데이트 2016-02-0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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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도자료 분석…어절 너무 길고 현학적 어휘 사용

“원소재 생산에서 사업화까지 전주기에 걸친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요소기술별 역할분담을 통한 통합적 기술개발로 사업화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제고하는 한편, 최종 수요기업을 참여시켜서 신소재 제품 개발에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판로 확보 문제를 해소하고 원소재 양산체제 구축을 위한 제품적용 테스트를 병행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4월 16일 발표한 ‘꿈의 나노소재 ’그래핀‘, 민·관 합동으로 세계 시장 선점한다’ 보도자료의 한 구절이다.

1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인하대 산학협력단(협력단)이 국어원의 의뢰로 수행한 ‘보도자료 어휘 사용 양상 및 이해도 조사’ 결과 정부 보도자료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자료는 공공기관에서 언론매체에 보도될 것을 목적으로 언론기관에 제공하는 자료다. 그러나 각 부처 누리집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되는 만큼 예상 독자는 언론뿐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 확대될 수 있다.

협력단은 정부 17개 부처가 지난해 2, 4, 6월에 발간한 보도자료 중 부서별로 월별 5개씩 골라 모두 255개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보도자료의 ‘독서지수’를 산정한 결과 모든 부처의 자료가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지수는 단어·문장·단락요소를 고려해 산정하며 높을수록 어렵다는 의미다.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의 독서지수가 1570으로 가장 높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550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독서지수를 기록한 부처는 보건복지부(1410)였다.

독서지수 1200∼1500은 고 1·2, 1400∼1850은 대학·일반 수준이다.

보도자료에 많이 사용된 상위 100개 어휘는 기초어휘가 많았지만, ‘금번’·‘동월’과 같은 어려운 한자어 역시 많이 눈에 띄었다. 외래어 및 외국어, 전문어의 사용도 많았다.

문장당 어절 수는 대부분 15어절을 넘었고, 외교부는 평균 19.5어절에 달했다.

전문가가 쓴 글의 문장당 어절수가 평균 14어절을 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보도자료의 문장이 일반적인 글보다 지나치게 긴 셈이다.

협력단은 실제로 일반인이 얼마나 보도자료를 이해하는지 살펴보고자 지난해 11월 23∼30일 고등학생·대학생 4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이해도 범위를 1∼12(숫자가 높을수록 잘 이해함)로 나눴을 때 고등학생은 3.70에 불과했다. 대학생은 7.57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4%가 ‘보도자료는 가급적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정부의 보도자료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셈이다.

보도자료의 주된 이용자인 기자나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도 보도자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협력단은 경력 10년 이상의 현직 기자 5명을 상대로 심층조사해보니 “‘소설이나 교양서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한자어나 번역투 표현이 많다’,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이나 비문이 많고, 지나치게 길다’는 응답이 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국어교육학 관련 전공자 7명은 “저빈도 한자, 외래어, 전문어 등의 사용이 잦아 읽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협력단은 “조사 결과 우리나라 보도자료는 전문 영역의 특성이 드러나는 매우 어려운 글인 것이 드러났다”며 “‘보도자료 어휘 수정 지침(안)’을 만들어 명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자료를 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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