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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채팅서 만난 변호사 남친…알고보니 상습사기꾼

인터넷채팅서 만난 변호사 남친…알고보니 상습사기꾼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2-01 07:09
업데이트 2016-02-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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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사 채용 도와주겠다” 속이고 수천만원 뜯어내 외제차 구입과거 수차례 법조인 사칭해 처벌…법조인 검색 사진과 달라 들통

“정교사 채용, 내가 도와줄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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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채팅서 만난 변호사 남친…알고 보니 상습사기꾼
인터넷채팅서 만난 변호사 남친…알고 보니 상습사기꾼 서울 구로경찰서는 변호사를 사칭해 여성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정모(46)씨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정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통장과 피해자로부터 받아낸 수표.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10여년 가까이 서러운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A(36·여)씨는 남자친구인 정모(46)씨의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A씨는 정씨와 작년 9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처음 만났다. 정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를 졸업하고서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열살 차이였지만 실제로도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런 정씨에게 정교사 채용을 진행하는 한 고등학교에 취직하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던 터였다.

정씨는 공교롭게도 과거에 해당 학교 이사장의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어 연줄이 있다고 했다. 각종 법률 용어를 늘어놓으며 채용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다만 학교발전기금을 얼마간 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고민 끝에 정교사를 꿈꾸며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안 쓰고 안 먹으며 악착같이 모았던 저금을 깼다.

A씨는 그렇게 정씨에게 8천720만원을 다섯 차례에 나눠 현금과 수표로 건넸다.

A씨는 정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A씨의 어머니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고, 이 의심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A씨의 어머니가 인터넷 법조인 검색을 한 것이다.

정씨는 실제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의 이름과 경력, 나이를 그대로 사칭한 터라 검색 결과는 일치했다. 하지만 검색에 나타난 얼굴 사진이 판이하게 달라 덜미를 잡혔다.

결국 지난달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믿기 어려운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대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정씨는 2008년에는 검사를 사칭했고, 2013년에는 국립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속여 각각 2년과 2년3월의 실형을 살았던 전과자였다.

A씨는 출소하고서 2개월도 안 돼 같은 수법으로 범행한 정씨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된 것이다.

경찰은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 착수 16일 만에 서울 구로구 은신처에서 정씨를 검거했다.

A씨에게 받았던 돈으로 수천만원짜리 BMW 외제차를 사들이고 생활비로 사용하며 탕진, 수중에는 300여만원만 남은 상태였다.

추가 조사 결과 희생자는 A씨뿐만이 아니었다. 정씨는 A씨와 만나는 동안에도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B(35·여)씨에게 변호사라고 속이며 ‘양다리’를 걸쳤다.

B씨에게는 결혼까지 약속하며 “부모님을 만나는데 비행기 값이 필요하다”며 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정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값비싼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사용하며 법조인인 척 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만날 때는 철저하게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압수한 정씨의 휴대전화 메신저에서 또 다른 여성 6명의 이름을 확인하고 추가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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