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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

지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2-01 16:41
업데이트 2016-02-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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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 중인 지카 바이러스가 지난 2년간 1만 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료 자선재단이자 생의학 연구기관인 ‘웰컴트러스트’를 인용, 이 같이 전했다. 이 기관이 꼽은 위협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무증상으로 인한 조용하고 광범위한 확산과 백신 개발의 모순된 상황, 바이러스가 몰고 올 환경 파괴로 요약된다.

 이 기관의 제레미 파라 대표는 “5명 중 4명 꼴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임신부나 노약자 등 취약층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확산 속도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증상이 발현하더라도 대부분 가벼운 발열이나 두통, 관절염 등으로 제한되고 사망률도 극히 낮아 성인 남성들이 바이러스 전파에 신경쓰지 않는 것도 확산에 일조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뱃속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두증을 증가시켜 소아마비처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의 이번 중남미 확산 사태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면서 ‘무증상’ 감염이 퍼진 탓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역인 로렌스 고스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400만건의 감염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면서 “즉각적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컴트러스트 측은 백신 개발의 모순된 상황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부터 브라질에서 확산된 지카 바이러스는 변종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40년대에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된 아프리카의 우간다는 물론 이후 전파된 동남 아시아나 남태평양 지역에선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다. 또 소두증 발병과의 관계가 대두된 것도 지난해 이후로 백신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 과정은 인류를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웰컴트러스트의 마이크 터너 박사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서 임신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현실적, 비윤리적 측면은 악몽이 될 것”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동물실험인 전임상부터 최소 수백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3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지구 온난화 추세를 타고 서식지를 도시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모기 박멸을 위해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DDT와 같은 맹독성 살충제가 사용될 경우, 환경 재앙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브라질 언론들은 이날 소두증 공포가 확산되면서 현지 임신부들 사이에서 정부에 예외적인 낙태 허용을 청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은 낙태를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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