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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2조 푼 이란 대통령 위해 박물관 누드상 가려

이탈리아, 22조 푼 이란 대통령 위해 박물관 누드상 가려

입력 2016-01-27 09:44
업데이트 2016-01-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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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에 대한 배신” 반발 여론에 항의 트윗도 잇따라

이슬람교 국가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위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 박물관의 누드 조각상을 가려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렌치 총리는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로하니 대통령과 지난 25일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장에는 로마제국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을 탄 모습을 빚은 조각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으나, 인접한 다른 전시실에는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비너스상을 비롯한 이 박물관의 유명 누드 조각상들이 모조리 커다란 흰색 패널로 가려진 것이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란 문화와 감성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로마시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과 당시 예술품 전시 관리는 총리실에서 직접 주관한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총리실 측은 언론에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이란 대통령이 로마 방문에서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예민한 이탈리아 관료들이 누드상을 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슬람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 등 미술품을 우상숭배로 간주해 금기로 여기며, 사람의 나체를 다룬 미술은 더욱 혐오한다.

이란을 위한 렌치 총리의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로하니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환영 만찬에서는 무슬림 정상을 위한 외교 관례에 따라 술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자마자 유럽 순방에 오른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이탈리아 기업들과 총 170억 유로(약 22조1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각별한 배려에 화답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렌치 총리가 몇 달 안에 이란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혀 돈독해진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내에선 박물관 조각상까지 가린 것은 “경제적 이해를 위해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배신한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statuenude’(누드상)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국의 유명 누드 조각상 사진들을 잇따라 올리며 정부에 항의 의사를 표현하고 나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포르자이탈리아 소속 루카 스퀘리 의원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 우리 문화에 대한 부정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존중이 아니라 일종의 굴복”이라고 맹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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