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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10년새 20배…모호한 기준 엇갈리는 판결

‘몰카’ 범죄 10년새 20배…모호한 기준 엇갈리는 판결

입력 2016-01-25 07:25
업데이트 2016-01-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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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각도’ 등 8년前 대법 판례 기준… 법감정 괴리 무죄선고 이어져

법원이 ‘몰카’ 사건에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몰카 범죄는 급증하지만 현행법과 판례의 처벌 기준이 모호해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6천735건 발생해 2005년 341건에 비해 19.8배 급증했다.

몰카 사건은 2010년 1천153건으로 1천건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거의 1.5배 비율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3.0%에서 2014년 24.1%로 급등했다. 성폭력 범죄자 넷 중 한 명은 몰카 사범인 셈이다.

이런 추세는 스마트폰 등 ‘범행도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피해자 권리의식도 발전한 결과다.

검찰 관계자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2년 이후 증가 폭이 커졌다. 이처럼 경미한 유형의 성폭력범죄 증가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신고율 증가에 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처벌법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처하다록 했다.

유무죄가 엇갈리는 이유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법원은 2008년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의 허벅다리를 촬영한 사건을 심리하며 대법원이 내놓은 판례를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각도·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여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이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가슴 등 특정 부위를 두드러지게 찍었는지, 치마나 바지가 얼마나 짧은지, 통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하이 앵글 또는 로우 앵글로 찍었는지 등을 따져 유무죄를 판단해왔다.

모르는 여자를 엘리베이터까지 뒤따라가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된 유모(29)씨는 촬영 의도·경위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 판단이 엇갈린 경우다.

2심은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다며 쫓아가 은밀하게 촬영한 점 등을 근거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사진이 특정 부위를 부각하거나 노출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 판결했다.

일선 판사들도 모호한 기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박재경 판사는 지난해 10월 이모(37)씨가 찍은 몰카 58장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검토했다. 전신 촬영 사진 등 16장은 무죄로 판결하면서 처벌 기준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박 판사는 “패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이동통신기기 발달로 무단 촬영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구별이 매우 어렵다. 판례에 제시된 기준을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시야에서는 평범한 전신이 영상화되기만 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가 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이라며 “결국 초상권 등 민사적 문제나 입법 공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유씨 사건의 2심은 판례와 달리 촬영자의 의도만 고려했기 때문에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판례는 모든 사건에 적용되도록 중심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추상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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