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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변수 예측 어렵지만…“경제전망 오차에 설명책임 부과해야”

돌발변수 예측 어렵지만…“경제전망 오차에 설명책임 부과해야”

입력 2016-01-24 10:10
업데이트 2016-01-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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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오류는 경제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

정부와 한국은행, 각 연구기관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를 높게 전망했다가 실제 수치와 큰 오차를 보이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경제전망 오류에 대해 해당 기관들은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국제유가 급락 등의 돌발 변수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망은 가계나 기업의 지출계획 및 사업계획 작성에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 정부 경제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되풀이되는 오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메르스 여파·국제유가 급락 등 돌발 변수 속출

정부나 한국은행 등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려운 이유는 예측하지 못한 외부의 돌발변수가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태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위축돼 경기에 타격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작년 메르스 사태도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만큼 심각한 충격을 줬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1분기 0.8%에서 2분기 0.3%로 급락한 것은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더구나 작년엔 예상을 뛰어넘는 국제유가의 급락세까지 가세해 경기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혼선을 줬다.

실제로 한은은 2015년 GDP 성장률을 4.2%로 예상했던 2014년 4월 전망 때 2015년 원유도입단가를 98달러로 전제했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30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변수는 대개 경제 외적인 부문이나 해외에서 발생한 뒤 사후에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이를 미리 예상하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제여건이 바뀌면 전망치를 바꾸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전망의 어려운 점을 반영한 것이다.

◇ 전망 오차는 민간 피해·정책 오류로 이어져

경제전망의 오류는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기획재정부의 과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평균 2.2%포인트 빗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경우 정부는 성장률을 4.0%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0.7%에 불과했다. 2011년은 5.0% 성장을 전망했으나 결과는 3.7%에 그쳤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은행 경제전망의 오차가 다른 기관보다 커 정확도가 중하위권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자료=이한구 의원실.

문제는 경제전망의 오류가 불러올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매년 말 다음해의 경제 전망을 토대로 실적 목표를 담은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수출업체의 사업계획에서 환율이나 성장률 전망 등 경제여건이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뿐 아니라 가계도 이듬해 주택 구입이나 매각을 비롯한 주요 지출 계획을 검토하는데 경제전망을 참고한다.

번번이 빗나가는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주고 이 때문에 기업 등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긴다.

최근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3.0%로 발표했지만 증권업계 애널리스트중 상당수가 한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다음번 전망 때 수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측한 점은 이런 신뢰 저하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망 오류는 경기하강에 적절하게 대응할 정책적 시기를 놓치게 할 가능성도 크다.

목표로 삼았던 성장률 전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악재로 인한 경기 충격이 수치로 확인된 뒤에 정책 대응에 나선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는 얘기다.

◇ 방향성이 더 문제…오류 해명 책임 부과해야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보다 항상 높은 수치를 전망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를 하향 조정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제 외적인 돌발변수가 불거지는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외부 여건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장밋빛 전망’이 반복돼 잘못된 기대심리를 심어주는 건 부작용이 크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경제전망에 대한 책임성을 부과하기 위해 오류 발생 때 그 원인과 배경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에서 새로 도입한 설명 책임처럼 애초 전망에 오류가 있었던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부터 3년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연 2%로 설정하면서 실제 물가가 6개월 연속 목표보다 ±0.5%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탈 원인 등을 설명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전망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장밋빛 전망이 정책대응의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면서 “설명 책임을 부과하는 등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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