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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겠다” 부모 협박에 신고 교사는 벌벌

“복수하겠다” 부모 협박에 신고 교사는 벌벌

오세진 기자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1-19 22:16
업데이트 2016-01-2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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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퍼붓고 찾아와 행패 부려… 신고자 신변 보호 제도화 시급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 등 신고 의무자가 아이의 학대 사실을 신고하고도 되레 학대를 한 부모의 보복을 우려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신고자를 위한 신변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특례법에 따라 초·중·고교 교직원, 유치원 강사를 포함한 24개 직군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19일 “B양의 허벅지에 피멍이 든 것을 보고 물었더니 어머니 폭행 때문에 손가락 인대가 끊어진 적도 있다고 해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B양 어머니가 전화해 ‘XX야, 네가 신고했냐. 복수하겠다’며 욕설 섞인 항의와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A 교사는 “부모가 직접 찾아와 보복할까 봐 한동안 상담실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B양은 지난해 전국 중학교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또 B양은 A 교사에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습지 문제를 틀릴 때마다 어머니가 폭언과 체벌을 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는 출장이 잦고 아이 교육을 부인에게 믿고 맡긴 터라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경북도의 한 중학교 교사 C씨는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상이 보호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학대를 한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아이를 통하거나 수사 과정을 통해 신고자를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C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방 안에 딸을 가두거나 폭행한 어머니를 신고했고 어머니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C 교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신고자였음이 모두에게 탄로 났다. 그는 “딸을 학대한 어머니는 감옥에서 ‘나가면 맨 처음 널 찾아갈 것이다’ 등의 문구를 적은 협박 편지를 학교에 보내면서 계속 위협했다”며 “지금도 떨리고 무섭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나경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대표는 “학대를 신고한 후 학부모의 항의를 받은 교사는 불안함과 무력감을 크게 느낀다”며 “학대 부모의 보복에 떠는 교사가 늘어나면 용기를 갖고 신고하는 분위기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조 성균관대 아동청소년발달증진센터 연구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신고자 보호 교육을 강화하고 수사기관은 신고자와 학대 부모 간 대질신문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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