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논란 촉발한 황안에 ‘포문’…관망모드→관리모드로 선회 ‘대만독립 저격수’의 오발·대만선거가 빚은 희대 정치촌극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의 ‘국기논란’이 대만 총통선거 국면과 맞물려 증폭되는 가운데 중국이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논란을 촉발한 중국가수 황안(黃安)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중국당국도 이번 사태가 1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의외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관망태도’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17일 ‘누리꾼의 ’쯔위 성토‘는 광적 포퓰리즘’이라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하고 이번 논란의 촉발 배경과 양안의 대응 상황을 상세히 조명했다.

협객도는 “사태 추이를 보건대 많은 (중국) 누리꾼들의 쯔위에 대한 비난은 마치 집단적 광란과 비슷하다”고 맹비난했다.

또 “많은 사람이 쯔위의 마음을 고려해본 적이 없고 더구나 이 사건의 배후에 얽힌 복잡한 정치게임과 역사갈등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저 생활 속에서 조금씩 쌓인 악취를 정치라는 외투를 입혀 한 보통사람에게 쏟아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쯔위의 ‘국기논란’을 양안 관계의 최대 쟁점으로 만든 대만 야당 민진당에 대해서도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몰아세웠다.

협객도는 “대만의 모 정치세력(민진당)의 입장에서, 한 젊은이의 의미 없는 언행은 무한한 해석을 낳았다. (그들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 의미를 주입했다”며 이런 배경 때문에 ‘정치적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쯔위가 ‘국기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게 한 JYP엔터테인먼트를 향해서도 이 문제를 ‘상업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했다고 화살을 날렸다.

중국 관영 매체의 이런 보도 태도는 중국당국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며 우회적인 관리모드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대선 당일인 지난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일부 정치 세력이 개별 사건을 이용해 양안 민중의 감정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이날 ‘대륙(중국) CCTV의 풍운음악(風雲音樂)이 쯔위 공연을 방영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優酷) 등에서도 쯔위의 뮤직비디오 등은 문제없이 검색되고 있다.

난징(南京)대학 대만연구소 류상핑(劉相平) 부소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 외교기관 등이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며 “근본적으로는 중국 누리꾼들의 쯔위에 대한 감정이 고조된다고 여긴 기업들이 상황을 오판”하고, 대만 대선 국면이 맞물려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쯔위 성토’에 대한 반성 행보에는 주류 지식인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비난의 화살은 이제 이 문제를 처음 촉발했던 황안에게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파워 블로거인 양헝쥔(楊恒均) 씨는 지난 16일 인터넷포털 허쉰왕(和訊網)에 게재한 ‘쯔위사건은 나를 매우 걱정하게 만든다’는 글에서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흔드는 것이 ‘대만독립(지지)’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개탄했다.

‘청천백일기’는 양안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던 과거 중국에서 금기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정부가 건립한 기념관에도 공공연하게 내걸려있다.

중국 공산당 역시 중화민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을 존경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항일전쟁 승리과정에서 국민당 정권의 공로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양 씨는 “황안은 16살인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들고 있는 것을 ‘대만독립 지지’의 유일한 증거로 내세웠지만, 그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황안의 문제는 쯔위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쯔위의 ‘국기논란’ 사건이 불거진 지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과거 황안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청천백일기를 열심히 흔드는 장면이 공개됐다.

양안 대결 정서를 고조시킨 황안이야말로 진정한 ‘대만 독립분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전 평론위원은 “모함꾼 황안은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했고, 16살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며 “양안 민간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질타했다.

대만 국적을 포기해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황안이 정말 중국 국적자인지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누리꾼 대부분은 황안의 행동이 ‘대만독립’ 행보를 견제하는 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 14일부터 “황안의 (쯔위에 대한) 제보가 ‘대만독립’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전체 2천350명(18일 낮 12시 현재)의 응답자 중 94%가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