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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지만…허술한 본인부담상한제에 줄줄 새는 건보재정

취지는 좋지만…허술한 본인부담상한제에 줄줄 새는 건보재정

입력 2016-01-18 15:13
업데이트 2016-01-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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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내는 건보료에서 지원하지만, 실손보험사 반사이익 환자는 부과체계 악용해 환급금 더 받기…의료기관은 “어차피 환급된다” 과잉진료

건강보험 가입자로 민간 보험회사의 실손보험에도 가입한 A씨는 작년 간 이식 수술을 하는 바람에 연간 의료비가 2천만원이나 나왔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병원계산서를 보낸 그는 뜻밖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보험회사에서 내세운 이유는 바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다.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이 제도가 실손 보험금을 타는 데 방해가 된 것이다.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는 의료비 중 환자 부담금(건강보험 비급여 의료비는 제외)이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다. 갑자기 닥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내는 보험료의 수준에 따라 의료비가 120만원~500만원을 넘으면 그 이상은 환급해 준다.

18일 건강보험공단과 공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A씨는 최소 1천5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A씨나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가 모아온 건강보험료가 보장하는 혜택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가입자인 공적 사회보험이다.

본인부담 상한제를 통해 2010~2015년 11월 환급된 금액은 3조6천325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사전에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 사전급여 8천351억원이 포함돼 있다.

A씨가 이와 별도로 가입해 놓은 실손보험은 병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80~90% 보상하는 보험이다. 사적 보험이지만 가입자수가 3천만명을 넘어서며 제2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사가 A씨에게 보험료를 못 주겠다고 한 배경에는 지급해야 할 ‘실손’의 기준에 건보공단이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통해 돌려준 환급금을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보험사들은 이를 약관에 포함하고 고객들에게 직접 공지하고 있다.

보험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건강보험공단에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자료를 실손보험사에 제공해 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가 환급금을 공제하려는 것은 본인부담 상한제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공문을 통해 맞서기도 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2010~2015년 11월 전체 본인부담 상한제의 사후환급금 중 40%는 실손보험사의 몫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후환급자의 60%가 실손보험 가입자이고 이 중 3분의 2 정도는 실손보험사가 사후환급금을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했을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추정치다.

노조는 잘못된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악용해서 거액의 환급금을 받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할 때 건강보험료 한 가지를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를 매길 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모두에 부과하지만,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만 부과한다.

이 때문에 고액 재산이 있지만, 근로소득이 적은 직장가입자는 낮은 건강보험료 덕분에 소득 하위층으로 평가받아 더 많은 본인 부담 환급금을 받는다. 부과체계 개편 논의는 당정협의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도록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료비가 많이 발생할수록 환급금이 더 커지는 만큼 환자들이 눈을 감아줄 때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나 허위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본인부담 상한제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상황을 돕는다는 취지로 확대됐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손보험사의 배만 불려주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특히 잘못된 부과체계, 수진자와 요양기관의 담합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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