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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200억 들인 노량진시장 새건물, 텅텅 빈 사정은

5천200억 들인 노량진시장 새건물, 텅텅 빈 사정은

입력 2016-01-17 13:53
업데이트 2016-01-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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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완공…상인들 “판매공간 좁아진다” 이전 거부수협 “기존 건물과 매장면적 동일…통로 무단 점유해 넓었던 것”

5천200억원을 들여 지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이 공사가 끝나고 상인 입주 예정 날짜가 지났는데도 텅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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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내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내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내 판매 공간. 상인들이 신축 건물로 옮기면 판매 공간이 기존보다 절반가량 좁아진다는 이유로 이전을 반대해 현재 매장이 비어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판매 상인들이 신축 건물로 옮기면 판매 공간이 지금보다 절반가량 좁아진다는 이유로 이전을 반대해서다.

17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1971년 건립한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은 지은 지 40년이 넘어 시설이 낡고 열악한데다가 건물 안전등급 진단에서도 보강이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이용자들이 불편을 제기하고 수산물 유통시장 규모도 급성장해 시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고 수협은 설명했다.

2012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0월 완공한 새 시장 건물은 파도와 물고기 움직임을 형상한 모양으로 지어졌다. 연면적 11만8천346㎡,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이며 물류차량 최대 124대가 동시에 상·하차할 수 있다.

애초 계획대로면 지난 15일까지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상인 680명이 모두 현대화 건물로 이사를 마쳤어야 하지만 점포를 옮긴 상인은 아무도 없다.

상인들이 판매 공간이 협소해진다는 이유로 이전을 거부하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과 갈등을 빚어 신축 수산시장이 언제 문을 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화 건물 판매 공간이 기존 건물보다 좁아 점포 시설을 그대로 옮길 수 없고 제대로 장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시장 기존 건물과 현대화 건물 모두 매장 전용면적은 1.5평(4.96㎡)으로 같다”며 “면적이 좁아진다는 것은 기존 건물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0.5평(1.65㎡) 안팎 통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협은 2007년부터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건물을 지었고, 2009년 전체 상인이 점포면적 1.5평 등에 찬성해 체결한 양해각서를 토대로 현대화 사업을 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승기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우리가 장사하는 공간을 수평 이동해준다고 약속했다”며 “실질적으로 쓰는 3.38평(11.17㎡) 정도가 옮겨야 할 부분으로 그게 안 되면 유통이나 소비자 관계 등 기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로를 사용하는 건 수협이 2002년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하기 전인 수십 년 전부터 묵시적으로 인정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수협은 통로 사용은 엄연히 무단 점유인데다가 고객 불편을 초래하고 시장 위생환경을 악화시켜 새 건물에서는 전용면적 내 영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상인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 앞에서 집회를 열어 수협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신축 건물 입주 대신 기존 시장 건물 리모델링을 희망한다.

이승기 비대위원장은 “80년 전통의 노량진 수산시장이 그동안 쌓아온 사회·문화적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단순한 ‘수산마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겉만 번지르르하게 졸속으로 지어놓은 현대화 건물에서는 영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건물이 너무 낡은데다가 새로 지은 건물을 두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리모델링 계획을 잡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수협 입장이다.

수협과 상인들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아지지 않는 가운데 5천200억원을 투자해 지은 현대화 건물은 입주에 필요한 모든 내부 세팅을 마치고도 기약 없이 개장이 늦어지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협상이 어렵지만 상인들과 합의점을 찾고자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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