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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주례 2/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주례 2/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1-07 21:42
업데이트 2016-01-0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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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를 섰다. 학교 선배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주례가 펑크 났다”며 도움을 청한 것이다. 40년이 가깝도록 허물없이 지냈으니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작자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주례로 나설 경륜이 되나…” 하며 손사래를 쳐 봤자 “누가 모르냐” 하고 면박만 당할 것이 뻔한 노릇이었다.

주례사는 5분에서 7분 사이가 적당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7분도 긴 것 같아 5분 정도가 되도록 준비했다.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은 남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애드리브’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랑은 짧고 의리는 길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한창 사랑에 충만해 있을 젊은이들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후회도 없지 않다.

신랑 신부에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면서 “자녀를 몇이나 두려고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물었다. 사실 식전에 담소를 나누며 신부가 둘을 낳겠다길래 하나 더 낳는 것으로 다짐을 받아 두었다. 신부는 대답을 않고 웃기만 했다.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자 그때서야 ‘억지 동의’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래, 애초 마음먹은 대로 둘만 낳아서 잘 키워도 그대들은 애국자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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