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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사들인 돌고래 죽음 은폐…시민 알권리 묵살

혈세로 사들인 돌고래 죽음 은폐…시민 알권리 묵살

입력 2016-01-06 14:52
업데이트 2016-01-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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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 5마리 중 3마리 숨겨…“그런 일 없다” 언론에 거짓말수입 때 마리당 1억원 소요…“투명하게 공개해야” 비판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수족관 돌고래의 잇따른 폐사를 수개월간 은폐한 것과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이 돌고래가 죽을 때마다 ‘일단 숨기고 보자’는 식의 밀실주의로 일관, 불투명한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인데 정작 시민들은 돌고래의 죽음을 알 길이 없었다.

◇ 죽은 5마리 중 3마리는 은폐했다가 들통…비판 자초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 개장 이후 수족관에서는 총 5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 공단은 이 가운데 3마리의 죽음을 숨겼다.

공단은 체험관이 개장하는 해 일본에서 수컷과 암컷 2마리씩 총 4마리의 돌고래를 들여왔으나, 암컷 1마리가 2개월여 만에 폐사했다.

당시 공단은 돌고래 관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법원의 화해 조정을 통해 2천만원을 보상금으로 돌려받았다.

공단은 2012년 3월 암컷 2마리를 추가로 들여왔는데, 이 중 1마리가 전염병으로 같은 해 9월 죽었다.

이 사실은 약 2개월 후 공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나면서 공단의 은폐가 도마에 올랐다.

2014년 3월에는 추정 나이 15살짜리 암컷이 새끼를 낳았으나, 수족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3일 만에 폐사했다.

당시에는 돌고래의 임신을 경사스러운 일로 여긴 공단이 출산까지의 전 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새끼의 죽음은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새끼를 잃은 어미는 이듬해인 2015년 6월에도 다시 출산했으나, 새끼는 이번에도 6일 만에 죽었다. 공단은 전년도에 불거진 논란을 의식해 임신과 출산, 새끼 폐사를 철저히 숨겼다.

이어 8월에는 동료와 몸싸움을 하다가 다친 수컷 1마리가 패혈증으로 죽었고, 공단은 역시 이 죽음을 은폐했다.

해가 바뀐 이달에서야 지난해 돌고래 2마리가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취재진의 잇따른 확인 요청에 공단은 “절대로 돌고래가 죽은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언론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등 은폐가 어렵게 되자 공단은 “(수족관 돌고래 수용에 대한)여론이 나빠질까 봐 거짓말했다. 미안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5마리의 죽음 중 대외적으로 알려질 수밖에 없는 2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3마리의 죽음은 모두 은폐한 셈이다.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건임에도 공단은 가능한 한 문제를 숨기는 것으로 해답을 찾으려 했다.

◇ 돌고래는 공공예산으로 구입…“공기업 책임져버린 것”

문제는 공단의 행태가 여론 무마를 위해 돌고래의 안타까운 죽음을 덮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의 알권리도 무시했다는 점에 있다.

돌고래 1마리를 일본에서 들여오기까지 구입과 항공 수송 비용을 포함하면 1억원가량이 든다. 들여온 이후 먹이와 영양제 등 수족관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단은 남구로부터 ‘대행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돌고래를 들여온다. 구민을 위한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구민들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남구민들조차 돌고래의 죽음을 알 길이 없었다.

공단이 철저히 은폐했고, 심지어 이를 알리려 하는 언론에도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수족관 돌고래에 이름을 지어주고 명예 주민증까지 발급하면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의 얼굴로 활용했지만, 정작 죽음을 맞이하자 치부를 감추는데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시민 배모(43·남구 옥동)씨는 “민간업체도 아닌 공기업이 돌고래 죽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숨기려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돌고래가 어떻게 얼마나 죽어나가는 것도 모른 채 아이들에게 수족관 돌고래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모(36·남구 삼산동)씨는 6일 “지금까지 돌고래의 죽음과 그에 따른 대응은 시행착오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면서 “예산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산하 공기업에 대한 남구의 감시와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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