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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독일서 아랍계 집단성폭력 파문…反이민정서 ‘고개’

신년 독일서 아랍계 집단성폭력 파문…反이민정서 ‘고개’

입력 2016-01-06 11:43
업데이트 2016-01-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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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시민단체 ‘들썩’…항의시위에 소셜미디어서도 논란 일파만파

독일의 세밑 축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집단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반이민 정서가 확산될 조짐이다.

극우 정당과 단체들이 ‘반(反) 난민’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의로 사건을 축소하려한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해 작년 10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앙겔라 메르켈 내각의 난민포용 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5일(현지시간) 독일 언론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작년 12월31일 쾰른 중앙역 광장서 열린 연말연시 축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남성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최소 90건 이상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20∼30명씩 떼를 지은 남성들이 젊은 여성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강제로 키스하거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고,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빼앗기도 했다. 신고 중에는 성폭행 의심 사건도 1건 이상 포함됐다.

용의자들은 15세에서 35세 사이의 남성들로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몇 명인지 파악 중이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쾰른은 독일에서 인종이 가장 다양한 도시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부터 1만 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독일 언론은 함부르크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건이 최소한 10건이 접수되고, 슈투트가르트에서도 1건이 신고됐다고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범행”이라면서 “도심 한가운데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술에 많이 취한 중동, 북아프리카 이민자 배경의 남성들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 처리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고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에 밝혔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수개월 전부터 특정한 북아프리카 청년들이 경찰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선거운동 기간 괴한의 흉기테러를 받았지만 당선된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은 이런 무법이 판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방경찰까지 함께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적극적 난민 수용에 반대해온 극우정당과 반이민자 단체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극우정당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위한 시민운동’(PRO NRW)의 수장 크리스토퍼 멩게르센 남작은 “우리는 잘못 베푼 관용 속에서 매일 같이 휩쓸려가는 모든 일들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이 사건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기까지 며칠이 걸린 점을 들어 언론매체들이 반 난민 정서 확산을 우려해 자체 보도검열을 한 것이라는 글들이 나돌았다. 일부에선 치안 부재 현상을 걱정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공영방송은 아예 사건을 보도하지도 않았다”면서 소극적인 보도 양태를 보인 것을 비판했다고 유럽전문 영문매체 더로컬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집권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슈테판 빌거 연방의원이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면서 난민을 줄이고 국경을 통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시민 300여명은 5일 저녁 사건 발생 장소 옆 쾰른 대성당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한 여성은 ‘메르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서워 죽겠다’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도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번 사건이 새해 벽두부터 메르켈에게 큰 짐을 떠안겼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은 이민자 유입 제한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기독교사회당(CSU) 등과 ‘보수 동맹’(conservative allies)을 맺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 정부는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역겨운 (인권) 침해와 성폭력 행위들에 격하게 분노한다”며 “가능한 한 완벽하고도 신속하게 조사하고 그들(범죄자들)의 출신국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게끔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 법무장관은 다만, 문제는 범죄자의 ‘출신’이 아니라 범죄의 ‘실체’라면서 난민 문제 일반을 이번 사건과 뒤섞는 것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도 새로운 차원의 범죄라고 단정하면서도 일반적인 난민들에게 모두 혐의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르놀트 플리커트 독일경찰조합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부 대표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단죄할 것은 해야 하겠지만 “대다수 난민은 더는 그들 모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가 없어서 독일로 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지적했다.

평소 난민에 관대한 정책을 내세우는 녹색당의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원내대표는 튀링겐 지역신문을 통해 용의자들의 이민자 배경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평등한 법 적용을 강조했다고 슈피겔온라인은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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