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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학교·시설 등에서 ‘장애인 인권’ 아직도 먼 길

일터·학교·시설 등에서 ‘장애인 인권’ 아직도 먼 길

입력 2016-01-03 10:41
업데이트 2016-01-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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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결과…장애인보호작업장서도 상습 폭언·폭력

장애인 인권에 대한 시민 의식이 성숙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 작업장이나 일반 학교,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적잖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일 오전 11시께 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 이모(여)씨가 이 시설 사무국장 김모씨에게 폭언을 들으며 강제로 일터에서 끌려나오는 수모를 당했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말다툼을 하던 이씨를 본 김씨가 욕설과 함께 “XX, 바빠 죽겠는데 방해하면 안 돼”라고 폭언을 하며 이씨의 상의 옷깃을 잡고 작업장에서 끌어낸 것이다.

김씨의 폭력에 이씨가 바닥에 넘어졌지만, 김씨는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며 이씨를 누르고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설 내 자원봉사자가 이씨를 일으키고 안정시킨 뒤에야 이씨는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인권위 조사결과 김씨는 평소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작업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꾸 그러려면 짐 싸서 나가라”는 등의 말을 하며 상습적으로 욕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장애인근로자의 장애특성을 고려해 그에 따른 직업 적응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 관리인이 오히려 장애인 근로자에게 모욕감을 주고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 등을 권고했다.

같은 반 친구 부모들의 전학 요구에 밀리다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당하는 상처를 받은 지적 2급 장애인 A군의 사례도 인권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작년 초 A군은 일반 학교인 B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일반 중학교를 별다른 문제 없이 졸업한 A군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친구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될 것이라는 부모의 판단 때문이었다.

남녀공학인 B고에서 대체로 잘 적응하는 듯했던 A군은 이따금 소리를 지르고 책상을 두드리는 등 소란스러운 행동을 했고, 침을 뱉는 행위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바지를 발목까지 내리는 ‘사고’를 쳤다.

A군과 같은 반 학생들의 부모들은 학기 초부터 “A군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 “학급 편성을 다시 해달라”는 등의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상태였다.

그동안 A군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신청하자는 학교 측의 권유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A군 부모도 ‘사고’ 이후 이를 수용해 교육청에 관련 신청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가 출석을 거부한 상태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군의 퇴학을 의결했다.

퇴학 처분을 받은 A군은 얼마 뒤 다른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전학했다.

인권위는 교육청의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B고가 서둘러 징계위를 열어 퇴학 조치한 것은 A군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퇴학조치를 할 수 없다는 사정을 미리 알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A군에 대한 퇴학이 불가피한 경우도 아니었는데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정한 ‘장애인의 정학 강요’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13조는 장애인의 입학 지원 및 입학을 거부할 수 없고 전학을 강요할 수도 없으며, 각급 학교는 장애인이 전학하는 것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학교 이사장에게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권고했다.

또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 머무르는 장애인에 대한 폭력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이 드러난 장애인시설 원장과 사무국장, 재활교사 등도 인권위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2014년 9월 12일 의사표현이 어려운 지적장애 1급을 앓는 아들 C씨를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시킨 C씨의 부모는 입소 3주 뒤 아들의 등 부위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의심을 시작했다.

작년 2월 24일 C씨를 시설에서 퇴소시켜 집에 데려온 C씨의 부모는 아들의 머리와 눈, 목, 팔꿈치, 고환, 엉덩이 등 온몸에서 멍든 흔적을 발견하고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 장애인들이 재활교사의 눈을 피해 C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꼬집으며 괴롭힌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가 시작되자 시설 관계자들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반성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지적장애 1급 장애인과 신뢰 하에 피해자를 입소시킨 가족이 겪었던 고통에 견주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시설 이사장에게 이들에 대한 경고와 유사 사례의 방지를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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