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팹랩서울 (출처: fablab-seoul.org)
팹랩서울 (출처: fablab-seoul.org)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창업이 소프트웨어와 앱(app) 중심에서 하드웨어를 포함하는 생태계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였지만 그 장벽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가속화 하는 요인에 대해 LG Business Insight가 잘 정리한 내용이 있어 요점만 소개하도록 한다. 첫째, 값싼 하드웨어의 등장이다. 아두이노(Arduino)와 같은 2만~3만원대의 오픈소스 제품을 사용하면 손쉽게 센서나 통신기능을 붙여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 둘째는 적은 비용으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의 보급이다. 요즘 제작 실험실이란 의미의 ‘팹랩(Fablab)’이나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메이커(Maker)’ 공간이 많이 생겼다. 3D 프린터나 레이저 커터와 같은 디지털장비를 갖추고 있어 어렵지 않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도 고산씨가 운영하는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산하의 팹랩서울이 2013년 문을 열었다. 셋째, 사업화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자금을 모으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벤처 캐피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창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신생기업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incubator)’를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제 스타트업도 모바일용 앱개발을 넘어 웨어러블이나 스마트홈 기기 등 사물인터넷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대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 스타트업의 자금회수를 위한 출구 전략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2014년 사물인터넷 분야의 M&A 거래는 60여 건으로 금액으로는 전년도 보다 8배가 증가한 143억 달러에 이른다. 구글은 지난 몇 년간 18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했다. 상위 10개 인수 금액만 250억 달러가 넘는다. 특히 스마트홈을 위한 네스트와 드롭캠,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 기업 딥마인드(Deepmind) 등 사물인터넷 분야 인수에 공을 들였다. 애플도 2012년 이후 소리없이 3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하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20억 달러를 쏟아부은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비롯하여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Instagram), 가상현실 기기 회사 오큐러스(Oculus) 등 작년 상반기에만 7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올해 국내 M&A 시장도 작년 대비 27%가 늘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공개(IPO)가 유일한 출구였던 국내 스타트업에게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개인들로부터 소액의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성공한 사례도 늘고 있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킥스타터(Kickstarter)는 2009 설립 이후 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모아 9만4000여 개의 프로젝트가 투자를 받았다. 작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2위를 한 페블(Pebble)과 앞에서 언급한 오큐러스 역시 킥스타터를 통해 탄생한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Unbundling iOS (출처 CB Insights)
Unbundling iOS (출처 CB Insights)
가트너는 2014년 연례 심포지엄에서 “대기업이 사물인터넷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개인 제작자와 스타트업이 사물인터넷 시장 형성의 실제 주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도 “사물인터넷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거대 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무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누가 시장을 주도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대규모 자본과 생산 수단이 중요했던 시대와는 달리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고 빠른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