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현황과 명암] 근로자 33.3%가 고용불안… ‘정규직화 - 일자리 창출’ 딜레마

[비정규직 현황과 명암] 근로자 33.3%가 고용불안… ‘정규직화 - 일자리 창출’ 딜레마

입력 2013-02-01 00:00
업데이트 2013-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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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기업의 고용 창출 및 안정성을 강조한 데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규모 정규직화로 인한 고용의 경직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화라는 모순된 논리를 강요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즉 신규 일자리를 만들려면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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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비정규직 철폐 요구
끊이지 않는 비정규직 철폐 요구 한진중공업 노조 금속지회 등 민주노총 노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31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 위기부터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적 지원 조건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를 요구했다. 결국 1998년 1월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됐고 이후 한 달여 만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약’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 등의 도입이었다. 본격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가 시작된 것이다.

1997년 607만 4000여명이던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2001년 696만 2000여명으로 4년 새 15%나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상용직은 715만 1000여명에서 652만 5000명으로 줄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사회 안전망 확대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은 2년 안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방법으로 법을 피해 갔다. 2009년 당시 노동부 조사 결과 비정규직보호법이 만들어진 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율이 84%로 높아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고용 창출은 화두였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간판을 바꾼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청년 실업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의 임시직이었고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정규직 바람이 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1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계약직·파견직·임시직 등 포함)은 지난해 8월 기준 591만명으로 33.3%에 이른다. 2011년 3월 577만명, 2011년 8월 599만명, 2012년 3월 580만명으로 해마다 증감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기간제와 특수고용 등도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따르면 842만여명(47.5%)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전체 직원 수(2012년 9월 사업보고서 기준)는 57만 1000여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직접 고용 계약직)은 3만 5000여명으로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비정규직 비율 33.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롯데그룹의 9개 상장계열사 직원 4만 500여명 중 20.9%인 845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신규 점포 출점 제약 등의 경영 환경 악화로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의 비정규직은 비율(5.3%)은 낮았지만 96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비정규직 비율 최하위를 기록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직원 12만 1700여명 중 3190여명만이 비정규직 근로자로 그 비중이 2.6%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전격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다른 기업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규직화에 따른 임금과 복지 비용 부담보다는 ‘노동의 유연성’ 때문이다. 즉 기업이 경영상 어려울 때 정규 직원들은 쉽게 해고할 수 없어서 경영 측면에서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대상 22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1998년 11위였으나 이후 10년간 계속 하락해 2007년 현재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경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화와 높은 해고 비용은 경기가 호황일 때라도 기업들이 정규 직원보다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원인”이라면서 “기업이 경영 상황에 따라 직원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 즉 노동의 유연성이 커져야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입장이 다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유연화는 근로 조건 악화와 고용시장의 불안정만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극심한 차별은 바로잡지 않은 채 전체 인력 중 비정규직 비중만 늘리려고 급급해하는 모습”이라면서 “기업들이 고용의 질이나 안정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3-0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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