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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밥상] 동지 팥죽

[엄마밥상] 동지 팥죽

입력 2012-01-01 00:00
업데이트 2012-01-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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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귀를 물리치고 새로운 힘을 얻는 붉은 팥죽 한 그릇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이상기온이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그 어느 나라보다 뚜렷합니다.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길고 밤이 짧지만 하지(夏至)를 지나면서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하고 동지(冬至)에 이르러 낮이 가장 짧아집니다. 다른 말로 하면 가장 밤이 깊은 때가 동지입니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태양이 다시 부활한다는 의미에서 동지를 생명력과 광명을 뜻한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고 불렀고, ‘동지를 지내야 한 살 더 먹는다’며 팥죽을 끓여 먹어왔습니다. 동지 팥죽은 그저 한 살을 더 먹는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잡귀를 물리치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믿어왔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동지에 팥죽 챙겨 드시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물 건너 온 할로윈데이나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초라해졌어요. 움츠린 겨울에 전환점이자 새로움을 상징하는 동지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동지를 맞이하고 동지 팥죽을 끓여 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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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되면 붉은 팥죽을 먹는 것만이 아니라 대문에도, 벽에도, 장독대에도, 심지어 화장실까지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였습니다.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에 들면 노동지라고 부르며 각각의 의미를 부여 하였는데,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지 않고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애동지에 죽을 쑤어 먹으면 아이들이 많아 다친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팥죽을 쑤는 어머니들은 근거가 있든 없든 아마도 죽을 쑤지 않았을 듯합니다.

팥은 쌀과 콩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요 곡물입니다. 당질, 단백질을 비롯하여 비타민 B1이 풍부한데, 흰 쌀밥을 많이 먹는 우리에게는 부족하기 쉬운 성분인 비타민 B1이 풍부하니 팥을 밥이나 죽을 쑤어 먹는 조리법은 영양 성분을 균형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팥은 동지 팥죽뿐 아니라 팥밥, 팥죽, 팥시루떡, 팥앙금 등 다양한 음식으로 이용되는데, 영양가가 뛰어날 뿐 아니라 소화 흡수율이 매우 좋습니다. 팥밥을 만들어 먹을 때는 팥을 한 번 삶아 끓인 물을 따라 버리고 팥을 삶아 그 물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사용하여 쌀과 함께 밥을 지어요. 소금을 약간 넣어 팥밥을 지어 주면 팥의 맛도 더 잘 느껴집니다. 팥은 삶지 않고 불리면 절대 부드러워 지지 않으니 여러 가지 요리에 응용할 때는 꼭 첫물을 삶아서 버리고 원하는 부드럽기로 삶아서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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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팥죽 끓이는 법

팥은 진한 붉은 색으로 광택이 나며, 알이 통통하고 껍질이 얇은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며느리 고르듯 꼼꼼하게 고른 팥은 솥에 넣고 찬물을 부어 끓여 물을 따라 버린 후 다시 찬물을 붓고 한 번 더 삶아야 합니다. 첫물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쓴맛을 내기도 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끓인 첫물을 반드시 따라 버리고 팥의 10배 가량의 찬물을 붓고 삶으면 되는데, 팥알이 으깨질 정도로 충분히 삶아 체에 걸러 껍질은 남기고 밑으로 떨어지는 붉은 팥물을 그냥 두세요. 맑은 팥물을 위로 뜨고 팥앙금이 아래로 가라앉으면 위에 뜬 팥물만 냄비에 붓고 불린 쌀을 넣어 쌀알이 퍼지도록 끓이면 됩니다. 쌀알이 퍼지면 팥앙금을 넣고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 가면서 끓여야 해요. 팥죽의 감초 격인 새알심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동글동글하게 빚어 녹말가루에 가볍게 한 번 굴려서 녹말가루를 털어낸 후 팥죽에 넣어 익히면 돼요. 이렇게 하면 새알심이 서로 달라붙지 않거든요. 새알심이 동동 뜨면 걸쭉한 팥죽이 완성됐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팥죽을 쑤다가 뜨거운 팥죽이 튀어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은근한 불에 긴 주걱으로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가며 끓이셔야 한다는 점 기억해 두세요.

팥 껍질에 함유된 식이섬유를 온전히 섭취하려면 삶은 팥은 체에 내려 걸러내지 말고 블렌더에 넣어 아주 곱게 갈면 됩니다. 솥에 쌀과 물을 넣어 끓여 쌀이 반쯤 퍼지면 갈아놓은 팥을 그대로 넣어 끓이면 팥 껍질의 영양소까지 섭취할 수 있습니다. 끓인 팥죽은 소금 간을 살짝만 하여 먹기 직전에 입맛에 따라 소금 간을 더하면 맛있는 팥죽을 먹을 수 있어요.

김장철에 담아둔 동치미가 새콤하게 익어 살얼음이 살짝 얼 때면 찾아오는 동지에 찹쌀가루로 반죽한 새알이 들어 있는 동지 팥죽을 끓여 동치미와 함께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동글동글하게 빚은 새알심을 나이만큼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어머니 말씀에 그릇에 담긴 새알심을 열심히 세어 가며 먹었던 추억도 함께 찾아 듭니다. 한 솥을 끓인 동지 팥죽은 그릇그릇 담겨 추운 날씨에 굳어지고 다시 데우지도 않은 차디찬 동지 팥죽을 며칠 동안 먹었습니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지 팥죽은 먹는 재미가 남달랐습니다. 어릴 적 먹었던 팥죽 대신 죽 전문점에서 파는 팥죽과 마트에서 팔고 있는 즉석 팥죽을 자주 먹기는 하지만 올해 동지에는 직접 끓인 팥죽으로 올 한 해도 힘차게 마무리하고 다시 힘차게 시작해 봅니다.

TIP

팥경단 우유

■재료: 팥 1/4컵, 찹쌀가루 1/2컵, 우유 2컵, 꿀 1큰술

■만드는 법

1. 냄비에 팥 1/4컵과 넉넉한 양의 물을 붓고 끓여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 버린다.

2. 다시 물 3컵을 붓고 팥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아 건진다.

3. 찹쌀가루 1/2컵은 귓불처럼 말랑말랑할 정도로 익반죽하여 작고 동그랗게 빚는다.

4. 끓는 물에 찹쌀 경단을 넣어 동동 떠오르면 건진다.

5. 냄비에 우유 2컵을 붓고 끓인 후 삶은 팥을 넣는다.

6. (5)에 찹쌀 경단을 넣고 먹기 직전에 꿀 1큰술을 넣는다.

팥시루떡

■재료: 멥쌀가루 2컵, 찹쌀가루 1/2컵, 물 3큰술, 설탕 3큰술.

팥고물: 팥 1/2컵, 설탕 1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물을 넣어 손으로 비벼 체에 내린다.

2, 체에 내린 쌀가루에 설탕을 넣어 살살 섞는다.

3. 팥은 물에 씨어 일어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 버린다.

다시 팥의 3배 정도의 물을 부어 푹 삶는다.

4. 팥 삶은 물을 다시 따라내고 불을 약하게 하여 뜸을 푹 들인다.

팥을 절구에 대충 빻아 설탕·소금을 약간 넣고 보슬보슬하게 고물을 만든다.

5. 작은 시루에 팥고물을 절반만 올리고 쌀가루, 팥고물 순으로 켜켜이 담는다.

6. 김이 오른 찜기에 시루를 넣어 25분 정도 찐 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글·사진_ 이미경 한식, 사찰음식 연구가 http://blog.naver.com/po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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