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산수화展-정선 ‘우화등선’ 등 첫 공개

조선후기 산수화展-정선 ‘우화등선’ 등 첫 공개

입력 2011-11-26 00:00
업데이트 201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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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술년 늦가을 임진강

“뭐랄까…. ‘박연폭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어요. 소장가 집에 가서 보는데 포장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드러나는 그림에서 폭포 소리가 고스란히 나는 것 같아 그 앞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오죽했으면 임진강을 직접 답사해 사진 찍어서 이 그림하고만 같이 전시해 둬도 충분하다고 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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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흥분해서 말하는 작품은 ‘우화등선’(羽化登船)과 ‘웅연계람’(熊淵繫纜)이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이 임술년(1742년) 늦가을 무렵 연천현감 신주백, 관찰사 홍상공을 모시고 연강(지금의 임진강)에서 유람한 모습을 비단 위에 그려 놓은 ‘연강임술첩’(蓮江壬戌帖)이다.

이렇게 제작돼서인지 화첩치고는 무척 크다. 일단 화첩 자체가 보통 화첩의 두배 크기인 데다 펼친 양쪽을 한개의 화면으로 모아 썼다. 일반적인 화첩에 비해 4배나 큰 셈이다.

작품은 모두 세 벌이 만들어져 정선, 신주백, 홍상공이 나눠 가졌다. 따라서 존재 자체는 이미 학계에 보고된 상태. 한 벌이 실물 그 자체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리는 ‘조선후기 산수화전-옛 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전이다.

그러니 이 교수가 흥분할 법도 하다. 임진강 사진을 찍어 대조하자는 것도 진경산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다. 그는 “겸재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가 바위와 산을 그린 대표작이라면 이 작품은 강에 대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에는 시종들이 관찰사를 모시고 나오고, 참가자들이 관찰사에게 인사하고,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과정이 시간순으로 배열돼 있다.

전시에서는 겸재 작품 외에 김명국, 심사정, 강세황, 이인문, 김득신, 허련 등 23명의 작가가 그린 산수화 40여점을 함께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 삼성리움미술관의 ‘조선화원대전’에 이어 또 하나의 고서화전인 셈이다.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겸재 작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은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우리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수집가들을 일일이 설득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733-587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11-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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