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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 이후 한국의 새 희망을 쓰다

‘다현’ 이후 한국의 새 희망을 쓰다

입력 2010-05-01 00:00
업데이트 201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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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여는 한국인史 】박세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쉬쉬하며 책 읽고 토론하는 대학가 풍광은 1980년대 후반을 지나 대망의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했다. 교문 앞에서 경찰들에게 가방 뒤짐 당하기는 예사였고, 청춘남녀들 역시 애꿎은 경찰서 신세 지기 싫거든 시위가 있는 날 서울 종로, 을지로 인근의 배회는 피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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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세간살이에 부인까지 지게에 실은 한 중년 남성이 피난가고 있다.  ② 1987년 6월26일 민주헌법쟁취 국민평화대행진.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①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세간살이에 부인까지 지게에 실은 한 중년 남성이 피난가고 있다.
② 1987년 6월26일 민주헌법쟁취 국민평화대행진.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사회이슈 다원화… 새역사 인식 정립할 때

그 시절 대학에 갓 들어온 이들이라면 통과의례처럼, 꼭 한 번쯤 읽어야 했던 책이 바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였다. 왕조사관 또는 식민사관에 근거해 쓰여진 역사 교과서와 달리 ‘역사의 주인은 민중’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명암을 새로 들여다보게 했다. ‘다현’으로 통하던 그 책은 그렇게 수많은 젊은 청춘들에게 고등학교 때까지는 접하지 못했던 ‘제2의 역사 교과서’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1988년 처음 나온 뒤 숱하게 팔려나간 스테디셀러다.

꼬박 20년이 넘게 흘렀다. 세상은 바뀌었다. 민주주의는 비틀거릴지언정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는 굳이 그런 ‘불온한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꽤 균형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그때, 그 ‘다현’을 쓴 저자는 다시 한번 한국의 현대사를 적어내려갔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서태지로 상징되는 ‘X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촛불시위에 등장한 중고등학생들까지 세계 무대에서 더이상 주눅들거나 눈치보지 않는 새로운 역사의 주체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복기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또는 노동 해방 등 단선적으로 환원되곤 했던 사회의 핵심 모순이 불과 10년 남짓 사이에 여성, 이주노동자 등 정치사회적 소수자 문제와 함께 크고 작은 경제적 이슈로 다원화됐다는 점 역시 새로운 역사 인식의 정립을 필요로 한 배경이 됐다.

‘미래를 여는 한국인사’(박세길 지음, 시대의창 펴냄)는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성찰을 나누는 것만이 새로운 내일을 약속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보수와 진보로 나눠 도식적으로 접근하는 역사 인식을 거부한다. 한국 현대사의 발전을 지탱해온 두 축이 서로에 대한 거부나 외면이 아닌, 반쪽씩의 장점을 자양분으로 삼아야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다양성의 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음을 얘기한다. 해방 정국과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시기 등으로 나눠 통사적으로 접근했던 ‘다현’과 달리 ‘…한국인사’는 ‘정치사회편’, ‘경제편’ 분야별 두 권으로 나눴다. 그리고 저자가 학교,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현장을 다니며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주로 접했던 구체적 질문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정치사회편’의 출발 지점은 여전히 1945년 분단이다. ‘왜 선배들은 분단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1961년 5·16, 1980년 5·18, 1987년 6월 항쟁, 2000년 6·15,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2002년 여중생 미군 장갑차 압사 사건 등 역사의 주요 길목을 짚어가며 신세대들이 품음직한 질문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풀어간다.

‘경제편’은 기존의 박정희식 개발독재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부정의 시선을 배격한다. 대신 한국의 경제건설 역사의 명암(明暗)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그것의 불가피성과 이뤄놓은 성과에도 주목한다.

●“승자독식 넘어 공존의 패러다임 필요”

다만 그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던 노동자, 농민의 아픔 역시 외면하지 않는다. 편년체로 시대순 나열이 아닌, 고민해볼 주제를 정해가며 국가주도의 고속성장, 재벌의 형성, 정보기술(IT) 강국의 허실, 부동산 열풍, 외환위기, 신자유주의의 확산,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까지 경제를 중심으로 한국현대사를 짚어낸다.

저자 박세길씨는 서문과 맺음말을 통해 “과거처럼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엄중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국제무대에서 뜨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그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면서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공존의 패러다임을 기초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역사 인식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사’는 우리 민족과 인류의 미래 주역이 될 생기발랄한 신세대에게 바치는 역사 인식의 헌정(獻程)이라고 볼 수 있다. 각권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5-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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