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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에 끼니 줄이고…대학가 하숙 실태

‘보증금’에 끼니 줄이고…대학가 하숙 실태

입력 2010-03-01 00:00
업데이트 2010-03-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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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역 대학가 하숙촌에 올해 들어 ‘하숙보증금’이란 새로운 단어가 등장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하숙생이 계약상보다 일찍 나가면 하숙집 주인들은 새 학생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받는다고 한다.물론 하숙생이 계약기간 만료 전에 이사를 하면 남은 계약기간 하숙비는 보증금에서 공제한다.

 1일 대학가 부동산중개업소와 각 대학 총학생회,학생 등에 따르면 이런 명목의 보증금이 등장한 것은 올해 새 학기 들어서다.한양대,경희대 앞 하숙촌을 중심으로 생겨난 하숙보증금은 이제 다른 하숙촌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라고 한다.

 보증금은 주로 한 학기나 1년에 1인당 50만~100만원을 받고,비싼 곳은 200만원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등장했고 액수도 지역별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하숙집 주인들이 ‘하숙생 펑크를 보증금으로 해결하자’고 서로 담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양대 인근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1년 계약을 했는데 학생이 중간에 나가면 손해를 본다.올해부터 이 동네 하숙집이 모두 보증금을 받기로 했다”고 말해 이런 추정을 뒷받침했다.

 해마다 오르는 하숙비에 생소한 보증금까지 생기니 학생들은 불만이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

 한양대 주변에서 하숙하는 2학년생 박모(21)씨는 “작년에 입학하고서 하숙을 하고 있는데 내게는 조금 올려 받지만 새로 들어오는 학생한테는 보증금 등 명목으로 더 많이 받는 것 같다.하숙집 아주머니들끼리 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인근에서도 보증금 100만원을 받기로 한 하숙집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임모(43.여)씨는 “옛날과 달리 지금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보증금을 받는 하숙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임씨의 하숙집은 작년보다 하숙비도 월 3만원씩 올려 잡았다.

 성신여대 주변 한 하숙집 주인은 원룸식으로 개조한 큰방을 2명이 함께 쓰는 조건으로 1인당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으로 제공한다고 했다.일반 하숙방보다 면적이 배 정도 넓고,2년 단위 계약이라고 했다.

 이 하숙집 주인은 “아침과 저녁 주고 이 정도면 싸지 않느냐”며 “밥 다 해주고 그러면 수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요새 하숙을 하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주요 대학 주변 하숙비도 올해도 예외없이 올랐다.방 크기에 따라 작년에 35만원,42만원 하던 매달 하숙비를 올해는 37만원,45만원으로 2만원~3만원 인상했다.

 이처럼 주거비는 해마다 오르지만,주거 여건은 점점 더 열악해져 학생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심지어 끼니 제공 횟수나 방에 딸린 가구 등 옵션을 줄이는 하숙집도 있다고 한다.

 동국대 학생 이모(22)씨는 “3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은 비슷하다.하지만 옵션이 많이 달라졌다.예전엔 책상하고 침대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가구가 없다.옵션을 줄여 사실상 방값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다.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말을 한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인근 일부 하숙집은 하숙비를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한달에 2차례 정도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밀약했다고 숙대 학생들이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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