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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민원’에 1시간 발품 판 이재오 위원장

‘돌발 민원’에 1시간 발품 판 이재오 위원장

입력 2010-01-27 00:00
업데이트 2010-01-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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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익산시에서 실시한 이동신문고 상담 도중 ‘돌발 민원’을 접수하고 1시간 가량 발품을 팔았다.

 발단은 이 위원장이 이날 오전 민원상담을 하던 시청 상황실에 재개발 문제로 조합 측과 장기간 갈등을 빚은 모현 주공아파트 주민 10여 명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됐다.

 시청 직원들이 이들을 막아서면서 소란이 일자 이를 지켜보던 이 위원장은 “그렇다면 한번 현장으로 가보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권익위 직원들은 말도 못하고 뒤를 따라나섰고,이후 계획된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이 위원장이 이한수 익산시장의 안내를 받아 약 3㎞ 떨어진 재건축 현장으로 들어서자 주민 20여 명이 여기저기서 몰려들었다.

 “이게 사람 사는 곳입니까? 조합 측에서 수돗물을 끊어 엄동설한에 죽을 맛입니다.사람은 살 수 있도록 해줘야죠.” 주민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건립된 지 32년이나 돼 안전진단 D급 판정을 받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28개 동,1천267가구)에는 현재 30여 가구만이 거주하고 있는데 화단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계단 입구 지하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13평짜리 아파트 계단 입구는 수도관 동파로 얼어 미끄럽고 비좁았지만 이 위원장은 계단을 따라 1층과 3층 등 집 3곳에 들어가 수도와 전기,전화 등의 가동 여부를 직접 점검했다.

 1978년에 이곳에 입주한 나모(61.여) 씨는 “수도가 끊겨 제대로 씻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고,18년째 살고 있다는 문모(57.여) 씨는 “수년간 법정소송이 이어지면서 아파트가 방치돼 이젠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민의 애절한 사연을 듣고 조합사무실로 돌아온 이 위원장은 재건축 조합 관계자와 반대 주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입장을 말해보라”며 조정에 나섰다.

 10분 가량 듣고 난 그는 “정부나 자치단체는 아파트 재개발 조합과 주민 간의 관계에 끼어들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조합이 불법행위를 했다면 지도감독할 권한은 있다”면서 남아 있는 주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조합을 설득했다.

 이어 그는 “시청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수조사를 하고 조합 측을 감독해 달라”고 말했고,옆에 있던 이 시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가 현장을 떠나자 일부 주민들은 “그래도 현장까지 찾아온 사람에게 그동안의 답답함을 털어놓으니 속이라도 좀 편하다”며 후련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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