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美 ‘얼굴 감추기’

일본의 美 ‘얼굴 감추기’

입력 2010-01-23 00:00
수정 2010-01-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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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의 탄생 】무라사와 히로토 지음 / 송태욱 옮김 너머북스 펴냄

피부는 까맣게 선탠하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며, 화장을 진하게 한 시부야의 ‘갸루(girl)’ 스타일처럼 일본 여성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낯설다.

‘미인의 탄생’(송태욱 옮김·너머북스 펴냄)의 저자 무라사와 히로토는 일본인의 미의식은 ‘얼굴 감추기 문화’라고 분석했다. ‘갸루’ 스타일은 가수 이효리가 ‘유고걸’을 부를 당시 완곡하게 따라하긴 했지만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서양인의 눈에 비친 일본 여성들의 화장법은 괴이하기까지 했다.

프랑스인 몽블랑(1832~1898)은 “결혼한 여성이 자신의 눈썹을 밀어버리고 검은 수액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을 사용해 자신의 이를 검게 물들인다. 이 풍습은 질투심 많은 남편이 생각해낸 것이리라.”라고 한탄했다.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들이 하는 일은 상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근세가 되면서 일본 여성들은 하얀 피부를 선호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19세기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귀부인들은 하얀 피부가 도드라지도록 정맥에 파란색 연필로 칠을 했고, 일본 여성들은 납이 들어간 백분을 얼굴은 물론 가슴과 뒷목에까지 발랐다.

‘얼굴 감추기 문화’는 한복과 기모노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난다. 치마저고리는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표현하지만 기모노는 몸통에 천을 칭칭 감아서 몸매를 밋밋하게 만든 다음에 절구통 모양의 옷을 입는다. 현대 일본 여성의 미의 기준은 단 한 가지 ‘귀여움’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영향으로 눈썹을 가늘게 밀거나 거의 뽑아버렸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자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처럼 마스카라로 눈을 크게 보이게끔 하는 화장법이 유행했다.

얼굴로 본 일본문화론을 쓴 저자는 “민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며 내면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긴 무사들의 규범적 미의식이 메이지 이후 정부에 의해 국민 문화를 형성했다.”고 ‘얼굴 감추기 문화’의 뿌리를 분석했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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