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랩처럼 리듬감 살려 읽어봐요”

“동시 랩처럼 리듬감 살려 읽어봐요”

입력 2010-01-16 00:00
수정 2010-01-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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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 ‘말놀이 동시집’ 완간

동시는 어린이들을 독자로 하지만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국내 동시가 주로 의미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최승호 시인이 2005년 1권을 냈던 ‘말놀이 동시집’(윤정주 그림, 비룡소 펴냄)은 이런 동시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 동시집은 기존처럼 의미 전달이 아닌, ‘놀이를 위한 동시’를 추구했다. 우리말의 특성을 이용, 음악성을 살리고 언어 유희를 가미해 신나는 동시를 만들려고 했다. 12만부라는, 동시로서는 경이로운 판매고는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음을 말해준다.

최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가 마지막 5권을 내며 5년 만에 완간됐다. 모음 편, 동물 편, 자음 편, 비유 편에 이어 이번에는 ‘리듬 편’이다. 말장난에 가까운 같은 음절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최대한 살린 작품 71편을 윤정주의 유머러스한 삽화와 함께 모았다.

‘강아지랑 / 송아지랑 / 망아지랑 / 아지랑이 속으로 가고 있네’(‘아지랑이’)나 ‘쇠똥구리야 잘해 봐 / 딱따구리야 잘해 봐 / 너구리야 너도 잘해 보렴 / 청개구리는 썩 잘하고 있잖니’(‘요가’)처럼 두운·각운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은 랩처럼 읽다 보면 신나는 리듬감이 생긴다.

뜻에서 해방된 작품들은 노래뿐 아니라 그림이 되기도 한다. 4권에서 ‘뿔’이란 단어에 ‘ㅂ’을 이어 붙여 뿔 모양을 만들고, 커다랗게 쓴 ‘응’이란 단어의 ‘ㅇ’ 안에 다시 응을 가두기도 했던 독특한 시도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기러기’라는 작품에서는 단어 기러기의 ‘러’자 위아래로 다시 ‘기’를 붙여 하늘을 나는 기러기떼 모습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전하려는 의미가 없고 언어 유희에 집중하기 때문에 엉뚱한 장면을 낳기도 한다. 물에 빠진 퓨마는 ‘푸 / 퓨’하며 물을 켜고 침팬지는 취침시간에 침대에서 침을 흘리며 잠을 잔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뽕나무 그늘에서 / 짬뽕을 먹는데 / 뽕잎 먹은 누에들이 / 방귀를 뀌네 / 짬뽕 맵겠다 뽕’(‘짬뽕’)처럼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재미있는 창의력을 유발시킨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1-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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