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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줌마는 아이폰을 좋아해”

“강남아줌마는 아이폰을 좋아해”

입력 2010-01-12 00:00
업데이트 2010-01-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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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주부 박모(39)씨는 최근 아이폰을 구입했다.얼리어댑터도 아닌데다,무선인터넷 활용에 대한 매력이 우선시된 것도 아니었다.

 “휴대전화를 바꿀 시기가 됐는데 아이폰 디자인이 예쁘고 갖고 다니면 멋스러울 것 같다”는 게 구입 이유다.

 12일 KT에 따르면 KT 전체 가입자 가운데 서울지역 20∼40대 여성 비율이 6.1%이나,아이폰 가입자(20만여명) 중에서는 12.8%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 지역 20∼40대 여성의 KT 가입자 비율은 1.1%이나 아이폰 가입자 가운데는 4.0%에 달했다.

 강남 3구 여성이 서울지역 여성 평균보다 2배 가량 아이폰 가입률이 높은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강남지역 여성들이 그밖의 서울지역 여성들보다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의미로,강남지역이 여성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통계 수치다.

 특히 아이폰이 얼리어댑터나 극성스러운 누리꾼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뒤바꿀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곧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다양한 계층과 세대로 유행을 타는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아이폰은 (스마트폰으로서) 브랜드나 아이콘이 된 첫 휴대전화로,여기에 여성들이 투자할 만한 가치를 느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확산을 위한 작은 사이클에서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마트폰을 ‘엣지’로

 아이폰을 구입하는 경향 중 하나로,차별화를 추구하거나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느낌을 얻기 위한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 여성의 아이폰 사용 비율이 높은 것은 강남 여성들이 좀 더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스스로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는 하나의 토템적 수단으로 아이폰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여기서 스타벅스 커피가 유행을 일으킬 수 있었던 분석에 자주 인용되는 장 보드리야르의 ‘파노플리 효과’가 아이폰 소비 형태를 분석하는 틀로 사용되기도 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시한다는 이론이다.

 아이폰 출시 전 예약을 통해 구입한 IT업계 종사자 강남호(30)씨는 “아이폰을 가지고 다니면 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구매했다”면서 “얼리어댑터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과학과 교수는 “’쿨’한 느낌으로 보여지거나,경제적 계층 뿐만 아니라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도 아이폰이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학자 하워드 골드라인은 휴대전화를 “현대판 부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경쟁사회,스마트폰 없으면 ‘루저’?

 은행원 나용기(36)씨는 조만간 스마트폰을 구입할 예정이다.아이폰과 옴니아2를 놓고 장단점 비교를 한창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를 바꿀 시기인데,앞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직장생활에서 뒤처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는 게 나씨가 스마트폰 비교 분석에 들어간 이유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위기감은 최근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지급하면서 점차 파급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이 ㈜두산 내 지주부문 직원들에게 아이폰 구입비를 전액 보조하고,포털 다음이 전 직원에게 아이폰이나 옴니아2 구입을 지원하는 등 기업들의 스마트폰 지원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하물며 일부 언론사마저도 아이폰을 지급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두산 박용만 회장 등 기업 임원진들과 IT 계통 임직원들의 아이폰 구입이 마치 새로운 시대적인 대세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라는 메시지가 언론으로부터 부각되면서,이를 쫓아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 때문에 올해 이동통신사와의 휴대전화 약정 기간이 끝나는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한 나름의 목적성을 보여주고 있다.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은 아이폰이 출시된 뒤 당직자들에게 아이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당직자들이 모바일 사회에 친숙하게 적응해나가면서 소통의 정치에 나서도록 하기위한 목적”이라며 “아이폰을 구입한 당직자 대부분이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아이폰과 맥북이 문화 아이콘인 것처럼 국내 대학 문화에서도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하나의 문화적 대세를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대세론 확산 가속화될까

 아이폰 수요 계층의 다양성과 문화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의 대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단초를 엿볼 수 있다.더구나 스마트폰은 그리 혁신적인 기술도 아니다.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국내 망 폐쇄성 등의 요인으로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도입이 늦어졌지만,국내 유선인터넷 발달 속도와 대중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여러 소비집단의 움직임은 비주류적 소비 패턴이 주류적 소비패턴으로 빠르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황상민 교수는 “스마트폰이 차세대 휴대전화의 대세가 되는 단계가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 경우 스마트폰을 지니는 것은 의무적인 규범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무료로 휴대전화를 바꿔주는 선택의 폭을 얼마나 넓게 제공하느냐가 스마트폰 확산 속도에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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