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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딸에 약을”…식약청 움직인 母情

“난치병딸에 약을”…식약청 움직인 母情

입력 2010-01-12 00:00
업데이트 2010-01-1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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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치료제 긴급도입 결정…건보적용 요청

 새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 ‘청장과 대화’ 코너에 ‘희귀의약품 때문에…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장과 대화’는 민원인들이 비공개로 식약청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코너다.

 글을 올린 이는 드라벳증후군(Dravet’s Syndrome)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8살 딸을 가진 어머니 원정선(37)씨.

 드라벳증후군은 난치성 간질의 일종으로 유전자 변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근간대성 간질(Severe Myoclonic Epilepsy of Infancy)로 분류되는 이 질환은 일반적인 간질약이 거의 듣지 않는다. 환자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발작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확인된 환자는 80명 정도다.

 원씨의 딸 양나윤양은 생후 8개월에 드라벳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가벼운 소발작은 하루 100회 이상 나타나고 치료가 필요한 대발작도 한달에 두세번씩 발생해 외출도 거의 하지 못한 채 집안에서 대부분 생활한다. 대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구급차와 응급실 신세를 져야 한다는 게 원씨의 설명이다.

 나윤양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도저히 학교생활을 할 수 없어 입학을 연기했다. 가끔 받던 인지치료도 지난 1년간 쉬었다. 상태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불치에 가까운 질병에 고심하던 원씨에게 지난해 희소식이 들려왔다. 프랑스에서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된 ‘다이아코밋(Diacomit, 성분명: stiripentol)’이라는 약이 드라벳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얘기였다.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또다른 환자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원씨는 약값 때문에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외국에서 이 약품을 직접 수입해야 했는데 한 달 약값만도 200만원이 넘었던 것이다.

 원씨는 포기하지 않고 보건복지가족부와 식약청, 국회, 대한간질협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협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기관장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원씨는 식약청장과 대화에 올린 글에서 “효과가 좋은 약이 있어도 비용 때문에 먹일 수 없는 엄마 마음이 살을 도려내는 것 같고 심장이 타는 듯하다”며 “건강보험 적용으로 난치성 간질을 앓고 있는 서민 가정의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해 달라”고 간청했다.

 원씨의 글을 읽은 식약청은 의약품 ‘긴급도입’ 절차를 적용키로 최근 결정,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복지부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청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긴급도입 규정에 따르면 식약청장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희귀의약품에 대해 건보 적용을 요청할 수 있다.

 건강보험 업무는 식약청의 소관이 아닌데다 긴급도입 절차 역시 희귀의약품센터의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지만 나윤양의 사정을 알게 된 식약청이 직접 긴급도입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긴급도입 규정에 근거해 식약청장의 요청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된 의약품은 약 30종에 불과하다.

 식약청 관계자는 12일 이와 관련, “나윤양의 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게 내부검토를 거쳐 긴급도입 규정을 적용했다”며 “식약청은 법적 근거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요청만 할 뿐 복지부가 유용성과 환자수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메일을 보내고 글을 올렸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서민 가정의 아이들도 이 치료제를 써 볼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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