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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조 감독 “가능성 큰 애니산업 정부차원서 나서야”

민경조 감독 “가능성 큰 애니산업 정부차원서 나서야”

입력 2010-01-05 00:00
업데이트 201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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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애니영화 ‘오디션’ 제작 10년만에 개봉 민경조 감독

극장판 애니메이션 ‘오디션’을 개봉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였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열악함과 상영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개봉까지 무려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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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작 발표를 한 뒤, 2002년 개봉하려고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32억원의 제작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외부 투자액은 정부 지원 3억원을 포함, 8억원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 22분 30초를 제작하는데 1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제작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갹출, 2006년부터 다시 제작에 들어갔고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상영이 이뤄지면서 빛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영관을 잡는 게 어려웠다. 결국 지난해 12월 말이 돼서야 애니메이션 전용관인 ‘서울애니시네마’에서 개봉했다.

‘오디션’의 민경조 감독은 이 험난했던 10년간의 과정이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민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관련 학교에서 졸업작품으로 나오는 게 전부다.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작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전엔 국내 방송사들이 제작 및 직접 투자를 하는 식으로 제작에 참여했지만 이젠 이들조차 해외에서 수입해 방송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내에 250여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지만, 일반 영화처럼 선도적인 제작사가 없다. 업계가 대부분 영세해 발전의 동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10년간 콘텐츠 산업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애니메이션 교육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지금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이를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 감독은 “애니메이션 교육을 담당하는 고등학교와 대학 등 그 수만 150여개 이른다. 그러나 이 인력들을 수용할 만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이웃 일본의 사례처럼 애니메이션 산업만으로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의아하다.”고 우려했다.

이젠 애니메이션 후발주자인 중국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제작자들에게 위기감을 주고 있다. 민 감독은 “해외 수출은 차치하고 국내 수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중국은 후발주자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국의 애니메이션을 황금시간대에 방송하고 있지만 우리는 보통 오후 4~5시에 방송, 학생 시청자들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대 변경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는 게 민 감독의 지적이다.

민 감독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능성은 엄청나다. 고사 위기에 있는 애니메이션 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민간, 학계 모두가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방송사의 총예산 가운데 애니메이션 기금을 조성해 나가는 식으로 천천히 시작하면 늦지 않다. 이웃 일본도 그렇게 시작해 애니메이션 강국이 됐다.”고 조언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1-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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