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여자배구 ‘우승 보증수표’ 흥국생명 김연경

입력 : ㅣ 수정 : 1970-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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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는 박지성, 야구에는 선동열·박찬호, 그렇다면 배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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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산업으로 심화되면서 해당 종목의 역사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 리그의 레벨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축구에는 프리미어리그, 야구에는 메이저리그, 농구는 미프로농구(NBA) 그리고 배구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가 전세계 운동 선수들이 선망하는 ‘꿈의 리그’다.

운동을 배우는 꼬맹이들은 ‘꿈의 리그’에서 뛰는 박지성, 박찬호를 보며 축구, 야구를 시작한다. 명예와 인기 그리고 부(富)를 보장해줌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07∼08시즌 여자프로배구 최우수선수(MVP)를 사실상 예약하며 팀 통합우승 3연패와 MVP 3연패를 노리는 김연경(20·흥국생명)의 꿈은 바로 ‘이탈리아리그 진출’이다.‘여자배구의 박지성’이 되고자 함이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면서 배워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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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꽃피는 춘삼월, 난데없이 엄지 손톱만 한 눈발이 떨어지는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여자프로배구의 ‘우승 보증수표’ 김연경을 만났다. 지난 2005년 10월 한일전산여고 3학년으로 신인드래프트 당시 봤을 때보다 훨씬 커보인다. 착시현상일까. 넌지시 물었더니 “프로 입단 이후 5㎝ 정도 더 컸는데 계속 큰다. 성장판이 아직 안 닫힌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185㎝의 키가 190㎝가 됐다.

2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건들건들 선머슴’은 얼추 어른티가 났다. 애써 ‘프로 4년차’라고 강조한다. 배구선수로서의 꿈을 물었더니 그녀는 대뜸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그동안 국제대회 나가 보면 엄청난 실력에 주눅들게 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내가 그들 틈바구니에 가더라도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면서 “유럽 선수에 비해 아직 열세인 파워를 더 키우기 위해 매일 2시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민은 단순한 개인의 욕심을 뛰어넘는다. 한국 여자배구를 걱정하는 폼이 오히려 다부지다.

“우리 선수들이 외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없다 보니 우리 여자배구가 정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태국에도 유럽리그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있습니다. 많은 선수가 다양한 외국 경험 속에 시야를 넓히는 것이 한국 여자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보다 실력이 처진다고 생각했던 태국에 덜미를 잡혀 예선탈락한 치욕이 되살아난 탓일까. 태국의 예까지 들었다.

김연경은 “매년 연봉 계약할 때마다 그러한 생각을 얘기했으나 회사 측이 계속 만류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인터뷰 직후 황현주 감독과 회사측 관계자에게 넌지시 의견을 물었다. 황 감독은 “김연경은 10년이 아니라 20년에도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면서도 “아직 만 스무살밖에 안 된 만큼 유럽 선수의 높이를 뚫어낼 수 있는 파워를 체계적으로 더 기른 뒤에 이탈리아로 가더라도 늦지 않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구단 관계자 역시 “김연경이 빠진다면 한국여자배구의 침체까지 우려될뿐더러 연봉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구단으로서는 곤혹스럽다. 꼴찌 흥국생명을 ‘무적함대’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니 쉽사리 놔줄 수도 없는 처지다. 자칫 ‘배구판 선동열 파동’으로까지 번질까 우려스럽다.

김연경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중학교 때 키가 너무 작아서 맨날 벤치에만 앉아있을 때는 운동을 관둘까에 대해 고민했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고교 3관왕의 주역이 되며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계속 크고 있는 김연경의 키처럼 그의 실력과 기술도 계속 자라고 있다.

스무살 꽃띠 처녀의 전성기는 MVP 3연패가 무르익은 오늘이 아니라 ‘이탈리아 진출’이라는 큰 꿈을 향해 노력하는 내일이 될 수밖에 없다.

용인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08-03-0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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