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직원이 왔다고 여기저기서 여선생님들의 호기심 어린 수다가 시작됐다. 하지만 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입사한 지 보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나 살기도 바빴던 때였다. 신입사원들이 인사를 하러 왔을 때도 구석에 후미진 곳에서 쳐다보지 않고 박수도 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냥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만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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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내 눈에 밟히기 시작한 날은 바로 학원캠프 때였다. 유난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학원인지라 그는 항상 정장 차림이었고 한번도 넥타이를 푼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자유분방한 청바지에 야구 티셔츠. 내 눈에 처음으로 그가 들어왔다. 아주 상큼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호탕하게 웃으며 동료들과 어울리는 그의 백만불짜리 미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꽤 많은 시간동안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던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함박눈과 함께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겨울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우린 우연히 함께 늦은 저녁을 먹게 됐다.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함께 영화를 봤고 나오면서 내가 계단 난간에 손을 부딪쳐서 상처가 났다. 너무나 놀란 그가 내 손을 감싸고 어찌할 줄을 몰라했고 난 그때처럼 그가 사랑스러울 때가 없었다. 아픔은 어느 새 멀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항상 마음에 가득 담아두었던 사람이 바로 나라는 수줍은 고백. 그게 우리 만남의 시작이고 그 만남은 결혼으로 이어졌다.
고백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의외로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었다.“사귀자.”가 아니라 “결혼하자.”가 그의 고백이었으니까. 결국 사귀기로 한 날이 결혼을 약속한 날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승원’이란 이름. 그 이름은 나에게 작은 기쁨과 미소를 매일 선사해준다. 크진 않지만 허황되지 않고 기교있진 않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나에게 항상 한결같음을 주는 커다란 소나무 같은 그런 그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그런데 그는 나 때문에 더 행복하다니 우린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열심히 살게요. 지켜봐주세요.
송정우(31·정보학원 강사) 이승원(30·정보학원 교육국)
2004-12-02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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