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에 가면 욕쟁이 할머니들 만날 수 있지 않나요? 일단 만나면 맛있는 거 얻어먹고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지요. 송신도 할머니도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에 계신 욕쟁이 한국 할머니가 온다고 생각하고 보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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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만든 안해룡(48) 감독은 마치 어느 매력적인 할머니를 소개하는 어투로 작품을 소개했다. 재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 영화가 무겁고 숙연하기보다 친숙하고 밝게 그려진 데는 안 감독의 내공이 크게 작용했다.
안 감독은 10여년 이상 사할린 잔류 조선인,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자·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등 재외 동포의 삶을 영상 매체로 기록해 온 영상 저널리스트다. 그가 2005년에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으로부터 송 할머니에 대한 기록물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 데도 이같은 이력의 힘이 컸다. 2007년 완성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그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처음에 지원모임으로부터 받은 제안은 10여년 재판투쟁의 기록자료들을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내부적인 정리에 그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지원모임은 3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동의했고, 감독은 기획을 시작했다. 지원모임에서 건네받은 자료는 6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50개와 녹음자료 등이었다. 안 감독은 직접 일본 지식인과 변호사, 지원모임 인터뷰 등을 진행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송 할머니와 지원모임이라는 이야기의 두 축도 그가 생각해 냈다.
“위안부 관련 영상물들이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다른 형태를 고민했지요. 그래서 송 할머니와 지원모임의 관계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담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중심축은 ‘송 할머니의 캐릭터’라고 감독은 말한다. “송 할머니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언어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분이시지요. 게다가, 위안부 생활 7년간에 대한 또렷한 기억, 피해에 관한 발언들이 지닌 내용적 힘 등이 설득력과 감동을 더했습니다.”
지난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긴 했지만, 한국에서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넘어야 했다. 다행히도 영화진흥위원회의 ‘2008 하반기 아트플러스시네마네트워크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돼 3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안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지난해 영진위 제작지원을 받은 ‘무도(가제)’라는 다큐영화. ‘왜 무술을 하는가.’란 화두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올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다.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09-02-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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