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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꿈이 뭡니까?

당신은 꿈이 뭡니까?

입력 2012-01-29 00:00
업데이트 2012-01-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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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봄, 갓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마쳤을 때의 일이다. 인사과에서 면담을 하는데 인사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윤생진 씨, 당신은 꿈이 뭡니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제 꿈은 금호타이어에서 부장이 되는 겁니다.” 주위는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알고 보니 그때까지 고졸 기능직 출신 중에는 단 한 명의 주임도 나온 적이 없었다. 나는 턱없이 높은 벽을 느꼈다. “우린 뭐 저보다 못나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저놈 때문에 우리가 모두 망신당했어. 나, 참 기가 막혀서.” 고참들의 비웃음과 왕따 속에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아무도 할 수 없다면 나야말로 할 수 있어!’ 모두가 미쳤다고 웃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그러다 사내의 제안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생산성향상, 품질향상에 관한 제안거리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제안서 작성 요령을 배우고 싶어 지난해 제안왕 선배의 제안서를 대필하는 일을 자청하기도 했다. 당시 내 기쁨 중의 하나는 하루를 마치며 달력에다 그날의 제안건수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최고가 되기 위해 운명을 걸었다. 그로부터 13년간 하루 4시간이상 자지 않았다. 휴일은 내게 ‘제안’을 정리하는 ‘황금의 날’이었고, 가방에 두툼하게 들어 있는 제안서 덕분에 월요일에도 혼자 쌩쌩했다.

나는 남이 쉴 때 공부했고, 남이 잘 때 머리띠를 동여매고 아이디어와 씨름을 벌였다. 그 결과 무려 13년 동안이나 내 월급의 약 18.9%를 매월 포상금으로 받았다. 또 1년에 2천 건 이상의 제안으로 금호 제안왕은 물론 전국 제안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품질 분야의 활동으로는 남들은 한 번 받기 힘들다는 포상을 훈장 두 번, 대통령상 5회, 사장 표창 52회나 받기도 했다. 최연소, 최단기에 반장에 오른 나는 일곱 번의 특진을 거쳐 공장 대리가 6년 만에 상무로 특진하는 기적을 만들며 전략경영본부의 전무로 승진했다.

나는 흑산도에서 태어나 주머니에 동전 한 푼 없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 다닐 때도 우등생 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지금은 공부도 못하고 가난하지만 어른이 되면 성공할 수 있다’란 생각이 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꿈과 자신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 같다.

1995년 공장 대리가 회장 부속실 차장으로 2계급 특진 발령받았을 때, 주위에서 모두 나를 만류했다. 천하의 엘리트들도 버티기 힘들다는데 고졸 학력에 기능직 출신인 너는 뼈도 못 추릴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솟구쳐 올랐다. 내 삶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해내려고 발이 닳도록, 머리카락이 곤두서도록 나를 채찍질했다. 그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주문 덕분이다. “나는 가능하다! 그러므로 미쳐야 한다.”

어느 날 신문에서 대학생들의 의식구조를 조사한 결과 성공의 조건으로 배경, 학벌, 능력이 꼽혔다는 기사를 읽었다. 젊은이들이 꿈과 포부를 펼치기도 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현실을 고정된 눈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그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대신 미리 타협부터 하려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이란 자기 삶에 애착을 가지고 노력하면 자연히 열리는 것이라 믿는다.

윤생진 전남 흑산도에서 태어나 1978년 금호타이어 기능직으로 입사한 뒤 일곱 번의 기적 같은 특진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전무까지 오르며 ‘고졸 신화’로 불리고 있습니다. 주경야독으로 조선대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경찰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창조경영연구소 선진D&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치게 살아라> 등 네 권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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