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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불러낸 정의의 사나이

시대가 불러낸 정의의 사나이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5-23 17:36
업데이트 2021-05-2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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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못 믿는 지금, 다시 뜨는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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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다. 최근 출간한 ‘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문예출판사 제공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다. 최근 출간한 ‘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문예출판사 제공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풍자소설 ‘돈키호테’는 무모한 시골 기사의 모험담을 재치 있게 풀어내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고전으로 꼽힌다. 최근 다양한 볼거리를 곁들인 돈키호테 작품이 잇달아 나왔다. 거장의 삽화를 곁들이거나 뮤지컬에 맞춰 유명 만화가의 만화를 재구성하는 등 볼거리를 추가했다. 국내에선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 나온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고급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고, 정치가 불신받는 시대 꿈과 희망을 주는 영웅을 갈구하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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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은 초현실주의 미술가 달리의 삽화 54점이 포함됐다.
‘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은 초현실주의 미술가 달리의 삽화 54점이 포함됐다.
문예출판사는 최근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 거장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삽화를 그려 넣은 ‘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1, 2권을 펴냈다. 두 권에 걸쳐 달리가 그린 삽화 54점이 수록됐다. 달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돈키호테’ 삽화는 세기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1권의 삽화들은 1946년 미국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된 ‘명성이 자자한 라만차의 돈키호테의 일생과 업적 제1부’에 실린 작품들이다. 2권 삽화는 1957년 프랑스 ‘라만차의 돈키호테’에 실린 석판화들이다. 달리는 ‘풍차 공격’ 장면을 비롯한 삽화를 통해 환상으로 가득한 독창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김충식 번역가가 속담과 수사가 많은 원작의 특성과 문체를 최대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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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다. 최근 출간한 그래픽노블 ‘돈키호테’. 열린책들 제공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키호테’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다. 최근 출간한 그래픽노블 ‘돈키호테’.
열린책들 제공
열린책들은 이에 앞서 영국 만화가 롭 데이비스가 만화로 재구성한 그래픽노블 ‘돈키호테’를 번역 출간했다. 지난 2월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개막에 맞춰 내놓은 이 책은 원작의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을 겨냥해 1, 2권을 하나로 합쳐 각색했다.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해하기 쉬운 대사와 화려한 색감의 삽화는 원작 속 전율과 비극, 유머를 완벽하게 그려 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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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만화가 롭 데이비스가 만화로 재구성한 그래픽노블 ‘돈키호테’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개막에 맞춰 새로 출간됐다.
영국 만화가 롭 데이비스가 만화로 재구성한 그래픽노블 ‘돈키호테’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개막에 맞춰 새로 출간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돈키호테 관련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가량 늘어났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2014년 안영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완역본을 내놓기 전까지 아동용 책으로만 알려졌던 돈키호테가 이제 문학적 가치를 중시한 고급화된 책으로서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독자층의 수요 대상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풍차 공격 등 모험 이야기로 유명한 1권(1605년판)과 달리 돈키호테가 멀쩡한 인물로 나오는 2권(1615년판)은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이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지난 16일 종연한 ‘맨 오브 라만차’에 이어 다음달 4~6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희극 발레 ‘돈키호테’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를 정도로 돈키호테 콘텐츠는 공연 예술계에서도 인기가 있다.

안 교수는 “돈키호테는 단순히 무모한 사람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고 약한 자를 도우려는 이상향을 추구해 이상적 가치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 준 인물”이라며 “인기의 비결은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힘든 시대에 배려, 자족, 인류애, 사랑, 정의가 모두 담긴 기사의 모험담이 희망과 꿈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5-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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