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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 경고… 인플레가 온다

고령화의 경고… 인플레가 온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1-04-22 17:14
업데이트 2021-04-2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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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역전/찰스 굿하트·마노즈 프라단 지음/백우진 옮김/생각의힘/376쪽/2만원

노동시장 역할 중국, 고령화 시작
임금 상승 → 인플레 → 금리 인상
인도·아프리카 노동 공급 ‘물음표’
코로나 탓 이동 막혀 불안감 가중
중앙은행에 장기 통화정책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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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추세가 가팔라지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용과 성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와 경제 연구가 마노즈 프라단의 신간 ‘인구 대역전’은 전 세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 결국 장기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서울 종로구 낙원악기상가 인근 공원에선 매일 노인들이 줄지어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합뉴스
인구감소 추세가 가팔라지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용과 성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와 경제 연구가 마노즈 프라단의 신간 ‘인구 대역전’은 전 세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 결국 장기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서울 종로구 낙원악기상가 인근 공원에선 매일 노인들이 줄지어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합뉴스
출생아 27만명, 사망자 30만명.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다.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야말로 두 개 ‘폭탄’이 밑바닥에 도사린 모양새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와 경제 연구가인 마노즈 프라단이 낸 ‘인구 대역전´은 그래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책이다. 저자들은 전 세계에서 인구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30년 이내에 전 세계에 대규모 장기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흔히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경제학자 대부분이 경기 변동에 따른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에 주목한다. 지난 수십년간 물가변동이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중앙은행의 효율적인 통화정책 덕분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좀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인구구조 변화를 핵심 요인으로 삼고, 중국의 경제 성장 부진, 불평등 문제, 포퓰리즘의 대두, 부채와 세금 등 여러 요인을 결합했다.

저자들은 지난 40년간 세계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로 노동인구 급증을 꼽는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노동시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무려 2억 4000만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에서 증가한 규모의 4배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유럽 노동인구(15~64세)도 급격히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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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현상이 최고점을 찍은 ‘스위트 스폿’이 이제부터 꺾인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공급이 줄고, 임금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재점화된다. 예컨대 가계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노부모와 성인 자녀들까지 부양가족이 돼 버리고, 매달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는 오르기만 한다면 어떨까. 도미노처럼 다른 문제들도 연이어 터지고 만다.

누군가는 일본을 사례로 들며 우려를 다잡으려 할 수도 있다. 초고령화가 30년 전부터 진행됐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덜했다. 게다가 중국이 아니어도 인도, 아프리카에서 노동인구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한다. 저자들에겐 ‘안이한 생각’일 뿐이다. 중국도 이제는 고령화로 가고, 인도나 아프리카가 중국처럼 받쳐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마저 겹치면서, 불안한 구름은 더 짙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인구변동 추세를 예측하지 못하면 결국 전 세계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 강조한다. 저자들은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단기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인구의 대역전을 앞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생생한 사례 대신 논문처럼 각종 통계자료와 분석자료로 가득하지만, 저자들의 경고의 메시지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자는 ‘굿하트의 법칙’으로 유명한 거시금융정책 석학이다. 이 법칙은 경제지표를 정책 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출산율’이라는 경제지표에 매달려 매년 예산을 늘렸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본 우리로선 특히나 이 법칙을 상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04-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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