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낯선 시선, 균열된 공간

낯선 시선, 균열된 공간

김승훈 기자
입력 2015-03-18 18:14
업데이트 2015-03-18 18: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송승언 첫 시집 ‘철과 오크’

시인 송승언(29)은 201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문단 안팎에서 ‘첫 시집이 가장 기대되는 시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첫 시집 ‘철과 오크’(문학과지성)가 드디어 나왔다.

이미지 확대
송승언 시인
송승언 시인


이미지 확대


55편의 시가 실렸다. 모두 ‘풍경의 지속, 시선의 집중, 시간의 채집, 음악의 반복, 시점의 전환, 영원의 분절, 죽음을 내재한 삶의 지속’이라는 시적 형식 속에서 균일된 이미지를 띠고 있다. 문장의 분절과 중첩, 예측을 벗어난 독특한 배치를 통해 시적 리듬을 획득하고 있다.

시는 텅 빈 이미지를 낯설게 바라보는 ‘나의 눈’에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공원에 갔어//(중략) 주인이 죽어 주인 없는 개도 없었고 아무도 없는 정자도 없었지 공원을 뒤덮는 안개도 없었다 모든 것이 흐린 공원이었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뚜렷이 잘 보인다//아무것도 없는 명징한 공원이었다/배후에서 갈라지는 길이 보이지 않은.’(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꿈이 사라지려는 순간, 너는 창밖에서 잠든 나를 보고 있지/암초 위에서 심해를 굽어살피는 너의 낯빛에 놀라자 꿈은 다시 선명해진다//들로 강으로 흩어지던 내가 되살아나고 있었다.’(녹음된 천사)

시적 화자들은 감정의 동요 없이 절제된 언어로 간명하게 풍경을 서술한다. 이렇다 할 정보도 사건도 없다. 사물과 자연, 풍경에서 의미를 최소화한 이미지를 담담하게 개관할 뿐이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절제된 언어와 의미를 비워낸 듯한 투명한 이미지들로 사태를 직관하는 가운데 돌연 낯설기 그지없는 현상학적 풍경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를 기이하고도 비현실적인 시적 공간으로 안내한다”며 “의미의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3-19 21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