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과 기사로 본 대한제국의 ‘민낯’

만평과 기사로 본 대한제국의 ‘민낯’

입력 2014-04-19 00:00
업데이트 201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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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이승원 지음/천년의 상상/308쪽/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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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너라, 며늘아기야. 네가 오니 상처가 하나도 아프지 않구나.” “아이, 부끄러워요, 아버님.”

1910년 2월 20일자 대한민보의 시사만평(그림)에 요즘식의 대사를 넣어본다면 이쯤 되려나. 당시 세간에는 이재명의 칼로 부상한 이완용을 첫째 며느리 임씨가 ‘매우 극진히’ 간호하느라 색양(色養)을 다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도영 화백은 이 스캔들을 만평으로 여러 차례 그려내며 이완용을 조롱했다.

1909년 5월 대한매일신보에는 재미있는 광고가 실렸다. 최환석씨의 손녀 최씨가 “시어머니가 누명을 씌워 모함하고자 하는 고로… 김씨와는 살지 않기로 작정”했다는 거다. 조선시대 여인이 시모의 악행을 만천하에 까발렸다. 남편 김씨가 “(아내가) 술을 먹고 주정을 하는 등 괴팍한 행실을 보였다”며 장문의 반박광고를 내자 이에 질세라 최씨는 신랑의 말을 ‘미친 광고’라며 또 대응 광고를 내보냈다. 입으로 퍼지는 소문을 활자로 유통시키기 시작한 근대식 신문은 누군가에게는 하소연의 장이 되기도 했다.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대한민보의 만평과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등 여러 신문의 3면 기사를 분석해 짧지만 파란만장한 대한제국 때의 삶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권력자들의 스캔들, 연애의 장으로 활용된 연극장, 첨단 문화의 상징이던 이발소와 목욕탕, 어린아이 눈알이 들어갔다는 사진기 등 풍속사를 만평 29편과 사진 64장을 덧대 풀었다. 당시 세상살이는 간혹 실소를 부르고 때론 황당하며 가끔은 정치·시대적 상황 탓에 서글프다. 이런 감정을 넘나들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를 만큼 술술 읽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4-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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