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사랑했던 위대한 작가들과 함께 걷는 여유를

걷기를 사랑했던 위대한 작가들과 함께 걷는 여유를

입력 2014-03-29 00:00
업데이트 2014-03-2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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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문신원 옮김/북라이프/252쪽/1만 3000원

현대인들의 특징 중 하나가 걷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이다. 아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종일 사무실에서 앉아 지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서도 또다시 텔레비전 앞에만 앉는 이들이 그렇다. 어쩌면 두 다리를 잃어버린 정신적 환자나 다름없다.

신체건강이나 정신건강 그 어느 쪽으로 따지더라도 그것은 바람직한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2002년에 펴낸 ‘걷기예찬’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던지면서 ‘걷기’에 대해 열정적으로 예찬했으며 당시 그가 언급한 내용들은 걷기의 바이블로 여겨져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 덕에 일부러 걷는 사람들도 많아졌을 터. 갈수록 번잡해지는 세상에 자신만의 사색의 방편으로 걷기를 선택하는 현대인들이 조용히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와 흐름 속에 ‘걷기예찬’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최근 펴냈다. ‘걷기예찬 그후 10년’이라는 부제처럼 걷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지금 걷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감동, 철학적 사유 등을 흥미롭게 글로 풀어냈다. “홀로 걸을 때 만큼 많은 생각을 하고, 충만하게 존재하고 경험하며, 제대로 나다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는 주인이라도 된 듯 자연을 맘껏 향유한다”는 독백과 함께 저자가 평소 좋아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10년 전 그 길을 걸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과 새롭게 느낀 걷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작에 이어 베르나르 올리비에, 랭보, 빅토르 위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헤르만 헤세, 니체, 루소 등 걷기를 사랑했던 수많은 작가들의 글과 작품 내용들이 행간에 잘 버무려져 있다. 발끝에서 탄생한 위대한 작가들의 ‘걷기 예찬론’과 저자의 유려한 문장들이 홀로 걷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인생의 무게를 내려놓고 사색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4-03-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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