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아주 낮고 냄새나는 곳에도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지요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아주 낮고 냄새나는 곳에도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지요

입력 2013-10-12 00:00
업데이트 201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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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바다에 게가 산다/김중미 지음/유동훈 그림/낮은산/128쪽/9500원

“아빠가 돈을 안 가져오는 것 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자주 싸운다. 엄마 아빠가 싸우면 나는 다락에 올라간다. 엄마 아빠 옆에 있으면 마음이 깜깜해지고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인천에 왔을 때는 가난해도 안 싸우고 서로 위해줬는데 왜 점점 싸우게 되는 걸까? 언니가 돈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돈 때문에 싸우는 집이 우리 집만이 아니다. 옆집, 앞집 다 그런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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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매는 빚 때문에 전남 진도에서 인천항 근처 똥바다 앞 판자촌까지 쫓겨온 참이다. 사남매의 부모와 이웃들은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기로 엮인 이야기는 사남매 가운데 셋째인 상미가 언니, 오빠, 동생의 일기를 꺼내 읽는 것으로 시작해 다시 자신의 일기로 되돌아오며 끝난다. 일기는 사남매가 처음 판자촌에 이사 왔을 때인 1990년부터 재개발 광풍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골목에 모여 놀던 아이들도 사라지는 2001년까지를 아우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를 기점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격변기를 사남매로 대표되는 서민들이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 보여준다.

아이들은 황폐한 삶에서 헛된 욕심을 품기보다는 좋은 엄마, 성실한 선원, 따뜻한 소설가 등 건강한 희망을 길어 올린다. ‘똥바다에도 게가 산다’는 제목처럼, 여리지만 강인한 아이들의 분투가 믿음직하고 뭉클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1999)로 유명한 김중미 작가의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2002)를 일부 보완해 펴낸 개정판이다. 작가는 “우리는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것들만 보며, 익숙함에 자신도 포함되길 바라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곤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삶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곡진하게 당부한다. “눈길을 더 멀리, 더 넓게 보내고, 더 낮추어 보세요.” 초등 4학년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10-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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