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집에 가야 해/ 고정욱 지음 BF북스 펴냄
같은 반 친구 진이를 짝사랑하는 초등학생 철수. 진이의 수줍은 웃음은 철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진이는 그런 철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철수는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진이 집에 들른 철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정욱(53) 작가의 201번째 동화책 ‘나 집에 가야 해’(BF북스 펴냄)는 다작(多作)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1969년 국내 최초의 점자도서관을 설립한 고(故) 육병일 관장의 삶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쉽게 풀어썼다. 진이의 집에 들어선 철수가 점자책 만들기에 헌신하던 진이 아빠(육병일 관장)와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는 식이다.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육 관장은 부모가 남긴 막대한 재산을 모두 점자책 만들기에 쏟아부었다. 동화는 그의 삶을 통해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육 관장이 세운 한국점자도서관은 현재 3만 2400종의 도서를 비치했고, 이동도서관도 있다. 또 2000년부터 오디오북 등을 확보해 노환이나 뇌병변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혜택을 받도록 했다.
주인공 진이는 육 관장의 막내딸인 육근해 ㈜도서출판 점자 대표의 분신이다. 육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회적 기업이자 점자책 출판사인 ‘점자’와 점자책 브랜드인 ‘BF북스’를 운영 중이다. 출판사는 장애우를 위한 기증사업에 집중해 100여권 분량의 소량 출판을 한다. 수익은 거의 없다. 육 대표는 “아버지의 16주기를 맞아 고정욱 작가가 헌사한 책”이라며 “‘점자’에선 시각·청각·뇌병변 등 장애우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1만 2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1-26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