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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입력 2011-12-31 00:00
업데이트 201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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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의없인 통일 불가능 美·中간 균형외교 정립해야”

“중국은 한국을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을까. 뒤엉켜 있는 그들의 마음과 생각의 밑바닥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려고 했다. 중국은 우리를 째려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아바타’라며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경부 차관, 산자부 장관, 국회의원,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등 관계·정계·학계를 두루 거친 경제관료 출신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중앙북스)을 펴냈다. 정 이사장은 “2003년 가을학기 베이징대 초빙교수를 지낸 것을 계기로 8년 가까이 보고 공부한 중국을 105개 분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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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이 책에는) 중국의 부상이란 문제의식이 두드러진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이 추락하고 동아시아 축이 상승하는 과정 속에서 중국의 태도가 심각하게 달라졌다. 세계 양대 세력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틈새를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008년 이전 내부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며 웅크리고 있던 중국이 힘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자세로 머리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해시대 개막으로 얻어 왔던 경제적 이익 균형과 한·미 동맹체제의 안보 균형의 공존이라는 우리의 생존 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 커가는 중국의 존재감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와 달라진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의 위축과 중국의 개입주의 확대 속에서 북한을 둘러싼 한·미와 북·중 사이의 긴장도 커졌다. 한·미 동맹 탓에 커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 되고 있고, 한반도 통일도 중국 동의 없인 불가능하다. 한·미 안보관계를 버릴 수도 없고, 과도한 중국 영향력 확대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이익 사이의 갈등과 균열을 니어재단의 연구로 진행, ‘연미 화중’(聯美 和中) 개념을 제시했다. “동맹 유지속에서 중국과 전략 대화 심화”로 요약하겠다. 한국은 미국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 균형외교라는 정교한 개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중국은 우리를 째려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미국에 편향적이란 불만이 있다. 한·미 동맹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이 중국과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딴 꿈을 꾸고 있다고 불신한다. 이성적 친구지만 감성적 타인이다. 중국은 주변 국가들과 미국이란 슈퍼파워에 둘러싸여 있다는 고립 의식이 강하다. 중화 정서와 함께 다중적인 마음의 밑바닥도 살펴야 한다. 경제적으로 두 나라는 보완적 생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을 친구로 둬야겠다는 바람도 크다.

→ 째려보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중국인들도 정책 결정권을 쥔 권력 상층부와 일반인들의 생각에 큰 차가 있다. 중국의 정책결정 과정은 합의를 중시하는 집단지도체제여서 과거 매뉴얼대로 가는 경향이 높다. 보통 사람들은 세계사의 조류 속에서 변화하려 하고 대응도 현실적이다. 세대에 따라 문제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화나 경제 성장에 따른 우리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시각 차와 갈등도 함께 줄 것이다.

→ 바람직한 한·중 관계는 어떤 것인가.

-감성적으로도 친구가 돼야 한다. 우리는 중국을 강대국으로서 배려하면서 할 말은 다하고 대등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 중국과 밀착하면서도 미국과도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각은 변화무쌍하고 엉켜 있다. 우리 외교안보 체제가 적응하지 못할 뿐이다. 미국이 우리 현실을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생존과 함께 통일 방정식도 함께 풀어야 한다.

→ 중국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했는데.

-10년쯤 후인 2020년이면 정부 주도의 발전체제에서 벗어날 것이다. 국민의 상향요구와 시장의 힘이 커지고, 민주화 진전 속에서 공산당 일당의 사회 운영 골격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2년부터 10년동안 집권할 시진핑 현 부주석 이후의 ‘포스트 시진핑 시대’에 많은 갈등과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불안정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는 한국과 타이완이란 점에서 숙고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중국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 김정일 사후 중국의 역할은.

-중국은 아직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북한 나름대로 개혁·개방으로 가면 한·중 관계도 순탄하게 풀리겠지만 북한이 고립을 고수하면 양국 관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표현 자체가 완곡하고 느긋해서 그 본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깨닫고 느낄 때는 이미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화가 나도 중국사람들은 마음에 품고 기다릴 줄 안다. 중국은 협상을 잘해야 하는 나라라기보다는 기존 방식으로 협상이 불가능한 나라다. 협상 순서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밀담을 통해 막후에서 주요 사안들을 조정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의외성도 대비해야 한다.

글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11-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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