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00명 죽지만 백신 있는 유일한 암… 자궁경부암 절반이 2030

매년 900명 죽지만 백신 있는 유일한 암… 자궁경부암 절반이 2030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4-05-14 04:01
업데이트 2024-05-1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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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발병률 급속 증가 왜

성 접촉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성생활 패턴 변해 연령 낮아져
발병 위치 따라 생존율도 하락

백신 불안감에 접종률 50%대
성생활 전인 10대 접종 이상적

원격 전이 땐 5년 생존율 26%
초기 경미한 출혈 외 증상 없어
정기적인 검사·진찰 등이 필수


해마다 국내에서 여성 3000명 이상이 진단을 받고 이 중 900명 정도가 숨지는 병이 있다. 증상이 거의 없어 놓치기 쉬운 자궁경부암이다. ‘예방 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지만 젊은 여성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제정한 ‘자궁경부암 예방주간’이다. 제대로 대처하면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자궁경부암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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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 자궁경부암은 여성 생식기관인 자궁 입구에 발생한다. 자궁경부는 자궁 하부의 3분의1을 차지하며 자궁과 질을 연결한다. 자궁경부암은 여성 암 4위로 한 해 5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는다. 자궁경부암(1~4기) 환자는 전반적으로 감소세이지만 ‘자궁경부암 0기’로 불리는 자궁경부 제자리암종은 2010년 2만 6567건에서 2022년 4만 2970건으로 10년 새 61.7% 늘었다. 자궁경부암은 ‘상피내종양’이란 전암 단계가 있어 바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지 않고 5~20년을 거쳐 암으로 바뀐다.

문제는 20~30대 여성 발병률이 계속 늘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조한별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3일 “자궁경부암은 여성 생식기에 발생하는 부인암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국내외에서 한 해 약 50만건 정도 보고된다”면서 “전체 발생률은 점점 줄고 있지만 최근 20~30대 여성 환자가 연간 2000명을 넘어 전체의 55%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원인] 자궁경부암의 대표 원인은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다. 환자의 80~90%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다. 조 교수는 “젊은층의 자궁경부암 증가는 성 경험 시작 연령대가 어려지고 성 개방 풍조로 파트너 수가 늘어나면서 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민형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도 “국가 차원에서 2년에 한 번씩 세포 검사를 시행하며 환자는 줄고 있지만 첫 성관계가 빨라지고 성 경험이 늘어나는 등 성생활 패턴 변화로 발병 나이는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바깥쪽에 발생하는 상피세포암보다 안쪽에 생기는 선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사마귀를 일으키는 유두종 바이러스군의 일종인 HPV는 100여종이 있는데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인체 면역 기능에 의해 2년 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HPV 중 고위험군인 16, 18형은 자연 소실되지 않고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은 18, 45형과 같이 선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에 많이 감염된다. 선암은 상피세포암보다 발견이 더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다.

흡연과 면역 기능 저하, 비위생적인 환경, 영양소 결핍도 발병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교수는 “다른 암종과 달리 인종, 소득계층에 따라 발병률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서구보다 남미·아프리카·아시아에서 잦은 발생 빈도를 보이고 저소득층 발병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상] 대표적인 증상은 출혈이다. 암이 진행되면 출혈과 질 분비물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체중 감소와 하지 부종이 이어진다. 김희승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비상적인 질 출혈이 계속될 경우 빨리 검진을 받으면 초기 진단으로 완치될 수 있다”면서 “폐경 이후 질 출혈은 병원 진료를 받아야만 한다”고 권고했다.

20~30대 여성은 ‘젊으니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 때문에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검진율이 50~55%에 불과하다. 특히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20%대 중반이다.

[예방]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 원인이 명확하고 예방 백신이 있는 유일한 암이다. 그런데도 부작용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불안감에 접종률이 50~60%밖에 되지 않는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는 대부분 성관계로 감염되는데 평균적으로 여성이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은 편”이라면서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 면역력이 좋은 10대에 접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며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2016년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돼 만 12세 여학생이면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HPV 백신으로는 ‘가다실’(4가 백신), ‘가다실9’(9가 백신), ‘서바릭스’(2가 백신)가 있으며 16, 18형을 공통적으로 예방한다. 45형 예방은 ‘가다실9’으로만 가능하다. 접종 권고 나이는 만 9~26세 여성이지만 성 경험이 있는 만 26~45세 여성도 접종할 수 있으며 충분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철훈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예방 효과가 95% 정도”라며 “통증, 두드러기, 메스꺼움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가벼운 데다 수일 내 회복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절반 이상이 자궁경부 내 머물러 있는 상태로 발견되지만 원격 전이가 되면 5년 생존율이 26.2%에 불과하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 최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예방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암”이라면서 “초기에 경미한 출혈 외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자궁암 검사로는 ‘자궁경부 세포 검사’라는 매우 유용하고 비교적 쉬운 선별 검사가 있다. 조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해도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성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자궁경부암 치료로는 상피내종양(1·2·3), 상피내암, 침윤성 암 등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 화학치료 등이 있다. 암 직전인 상피내종양 단계는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도 종양 부위만 잘라 내는 ‘자궁경부 원추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또 침윤성 암이라도 암 크기가 2㎝를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만 잘라 내고 다시 연결하는 광범위 자궁목 절제술로 임신과 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

2기 말 이상 진행되면 방사선치료와 병행해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 최 교수는 “요즘은 개복 수술 대신 로봇·복강경 수술처럼 회복이 빠르고 통증과 흉터가 적게 남는 최소침습수술을 많이 한다”면서 “종양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쬐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와 함께 표적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을 항암제에 추가해 투여하면 큰 부작용 없이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2024-05-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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