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전시
예술 수집가의 면모 갖췄던 왕가
혈통 끊기는 위기에도 작품 모아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년 기념
빈미술사박물관 유산 96점 전시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먼 스페인 땅에서 자라고 있는 공주를 보고 싶어 했던 페르디난트 3세를 위해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렸다. 벨라스케스의 예술적 숙련도를 잘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25일부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을 시작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빈미술사박물관에 남긴 유산 중 96점의 미술품이 전시됐다. 대부분이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작품 보험료만 수억원에 달한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예술이 곧 힘이자 지식이고 권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순탄하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고, 이들이 수집한 작품은 빈미술사박물관의 유산으로 남아 오늘날에 전하고 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인간과 신의 극적인 찰나를 포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 1부에서는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예술품을 수집했던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 시대를 다룬다. 공예를 사랑했던 그는 다양한 공예품을 모았고, 이는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됐다.
2부는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그는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의 암브라스성에 전용 건물을 지었고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도 직접 했을 정도로 열정이 남달랐다. 16세기 유럽에 전해진 야자열매로 제작한 공예품도 볼 수 있는데, 전 세계에 남은 6개 중 빈미술사박물관에 3개가 있고 이번에 2개가 한국에 왔다.
1892년 수교 당시 고종이 오스트리아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 이번 특별전을 위해 13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안주영 전문기자
안주영 전문기자
전시를 준비한 양승미 학예연구사는 “세계사 속에서 배웠던 유럽 왕가가 아닌, 예술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통해 합스부르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왕이 바뀌어도 열심히 수집품을 모은 역사를 통해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10-26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