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성미술 페미니즘을 논하다

동아시아 여성미술 페미니즘을 논하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9-21 00:02
수정 2015-09-2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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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판타시아’ 전시회

유교적 영향 아래 가부장적인 전통이라는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의 다양한 여성미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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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한창인 이번 전시에선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7개국 작가 14명의 작품 50여점이 소개된다. 이들은 퍼포먼스, 비디오, 멀티미디어, 사진, 페인팅,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각자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펼쳐 놓는다.

중견작가 강애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피해 할머니의 증언과 다큐멘터리 영상, 사운드 등을 한곳에 모은 영상설치작품이다. 강애란은 “나이가 들면서 다시 여성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공감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함경아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자수작품 ‘모나리자’와 나란히 탈북자들의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담은 인터뷰영상을 배치한 ‘입체적 모나리자’를 발표했다. 정금형은 여성에게 금기시돼 온 주체적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와 설치로 구성한 ‘피트니스 가이드’와 애니메이션 영상작업 ‘문방구’를 선보인다.

비정형적 실로 엮은 현장 설치작업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치하루 시오타는 이번에는 검은색 실로 백색의 드레스를 거미줄처럼 감싼 작품 ‘에프터 더 드림’ 을 보여준다. 10명이 동원돼 100시간을 들여 완성된 작품으로, 작가는 여성의 부재와 억압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작가인 시우젼은 재활용 의상이나 버려진 천, 비행기 바퀴 등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글로벌리즘과 세계적 획일화 현상, 도시발전과 개인적 상실감, 그에 따른 현대사회의 명암을 비판적으로 짚어본다.

참여작가 중 유일한 남성인 싱가포르 출신 밍웡은 여장을 한 채 아름다움의 의미를 물은 사진과 영상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2011년 홍콩아트페어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던 ‘홍콩다이어리’는 작가 자신이 홍콩에서 여장을 한 채 유머러스한 태도로 정형화된 미의 개념에 도전한 작품이다. ‘비지디바’와 ‘이스탄불 다이어리’는 터키의 트랜스젠더 가수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제목의 ‘판타시아’는 ‘판타지’(fantasy)와 ‘아시아’(Asia)의 합성어다. 페미니즘을 화두로 삼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은 “1970년대가 여성주권을 높이자는 운동이었다면 현재는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내포하는 젠더 문제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페미니즘 시각에서 동아시아 여성미술의 현재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7명은 연말 중국 광둥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비엔날레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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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9-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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