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지도 속 독도 찾아 삼만리… ‘지도 덕후’ 박사님

세계 고지도 속 독도 찾아 삼만리… ‘지도 덕후’ 박사님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9-04 20:42
업데이트 2022-09-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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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김종근 박사

지도는 의도성이 드러난 매체
日지도, 독도에 대한 욕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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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김종근 박사가 지난달 출간한 ‘지도 위의 세계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김종근 박사가 지난달 출간한 ‘지도 위의 세계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인 김종근(46) 박사는 전 세계 고지도 속에서 동해와 독도의 표기를 찾는 역사지리학자다.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주장하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김 박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막상 그의 연구 대상인 지도의 효용은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제는 지도라는 매체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 있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지도를 누구나 쉽게 누리게 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제대로 된 지도를 갖기까지 인류에겐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홀로 외롭게 수많은 고지도 속 독도와 동해를 찾아 헤맨 김 박사가 지난달 출간한 ‘지도 위의 세계사’는 지도에 얽힌 인류 문명의 역사가 담긴 책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그는 “고지도는 상상력의 흔적을 볼 수도 있고, 장소에 대한 인식론의 변화도 보게 한다”면서 “지도는 텍스트만큼 인류 역사에 중요한 매체”라고 강조했다. 지금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왜곡된 고지도를 자세히 보다 보면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근원적인 궁금증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규장각 소장본). 위키피디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규장각 소장본). 위키피디아
땅과 바다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고지도엔 다양한 세계관과 생각, 욕망 등이 담겼다. 세계 최초의 지도로 알려진 바빌로니아 지도에선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긴 바빌로니아인이 세상의 질서와 구조를 부여했던 자신감이 읽힌다.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그리스인, 종교적으로 세상을 이해했던 중세 유럽인의 지도는 특정 시대를 관통했던 세계관을 엿보게 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나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선 권력의 정통성을 얻고자 한 조선 왕실의 고민이 느껴진다.

김 박사는 “지도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도 만들었다는 건 나름의 목정성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지도는 순진무구한 텍스트가 아니라 굉장히 의도성이 드러난 매체다. 그래서 현재도 목적성에 맞춰 제작,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지도를 쓰는 시대에 무슨 말인가 싶지만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표기하려는 일본과 동해와 독도로 표기하려는 한국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된다.
끝도 없이 동해와 독도가 표기된 지도를 찾아다니고 지도 책까지 내서 지겨울 법하지만 김 박사는 그래도 지도가 좋은 ‘지도 덕후’다. 어릴 적부터 사회과부도를 긴히 살폈고, 수시로 내려받는 세계 각국의 지도를 더 잘 보고 싶어 40인치 대형 모니터를 쓴다.

그에겐 밥벌이인 지도가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텍스트와 표로만 봐서 한계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매체로서 지도가 쓰여 왔고, 앞으로도 쓰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교훈을 전한 그는 “부동산이 유행이고 난리인데, 지도를 읽는 법도 모르고 땅을 사면 안 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지도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현실적인 중요성을 강조하며 웃었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2022-09-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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