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신라 소녀, 바둑 즐긴 공주였을까

1500년 전 신라 소녀, 바둑 즐긴 공주였을까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12-07 21:04
업데이트 2020-12-0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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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 돌무지덧널무덤
작은 금동관 등 나와 미성년 여성 추정
바둑돌 200여점… 여성도 즐겼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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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금귀걸이는 길이 6㎝, 지름 2.2㎝로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출토품과 비슷하다.  문화재청 제공
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금귀걸이는 길이 6㎝, 지름 2.2㎝로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출토품과 비슷하다.
문화재청 제공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 무덤 주인이 착장한 금동관, 금드리개, 가슴걸이 등 각종 호화 장신구와 바둑돌 200여점이 나왔다. 장신구 종류와 크기로 미뤄 무덤 주인은 신라 최상위 계층인 왕족 여성으로 여겨지는데,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주인이 모두 남성으로 추정된 만큼 신라인의 바둑문화 연구에 도움이 될 유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진행한 쪽샘 44호분 발굴조사에서 금동관 1점, 금드리개 1쌍, 가슴걸이 1점, 금·은 팔찌 12점, 금·은 반지 10점, 은허리띠 장식 1점 등 장신구 일체와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된 금동 장식 수십점, 돌정구와 공이, 바둑돌 200여점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심현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날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되었던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금귀걸이와 금팔찌 형태가 금관총 출토유물과 유사한 점으로 보아 무덤이 조성된 시기는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큰 칼이 아닌 은장식 손칼을 지녔고, 금동관을 비롯한 장신구 크기가 작은 점 등으로 미뤄 무덤 주인은 미성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심 연구원은 덧붙였다. 신발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신장은 약 150㎝ 전후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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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무덤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윗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재현품(아랫줄).  문화재청 제공
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무덤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윗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재현품(아랫줄).
문화재청 제공
비단벌레 장식은 무덤 머리맡에 놓인 부장품 상자에서 나왔다. 비단벌레의 딱지날개 2장을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해 만들었다.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급 무덤에서 기존에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 유물과 전혀 다른 형태와 크기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안장이나 말다래 등 마구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부장품 상자에서 함께 확인된 돌절구는 높이 13.5㎝, 폭 11.5㎝로 크기가 작아 곡물을 빻는 용도라기보다 약제를 만드는 데 사용한 약용 절구로 추정된다.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무덤 주인이 평소에 허약하거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전에 황남대총 남분에서 돌정구·공이 1묶음, 서봉총에서 공이 1점 등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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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바둑돌 200여점은 무덤 주인 발치에서 한 무더기로 나왔다.  문화재청 제공
1500년 전 신라 왕족 미성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나온 유물들. 바둑돌 200여점은 무덤 주인 발치에서 한 무더기로 나왔다.
문화재청 제공
바둑돌은 무덤 주인 발치 아래에 묻힌 토기들 사이에서 200여점이 한 무더기로 발견됐다. 크기는 지름 1~2㎝, 두께 0.5㎝ 내외였다. 흑색, 백색, 회색 돌들로 가공 흔적 없이 자연석을 그대로 채취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바둑이 전해진 것은 4세기 무렵이다. 신라시대의 바둑돌은 황남대총 남분, 천마총, 금관총, 서봉총 등 최상위 등급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출토된 적이 있다. 이 무덤의 주인들은 모두 남성으로 추정되어 당시 바둑놀이가 남성의 전유물로 판단됐지만, 쪽샘 44호분 주인공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해석이 열린 셈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12-0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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