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6년 미스터리 또 해넘긴다…“증도가와 서체 달라”

‘증도가자’ 6년 미스터리 또 해넘긴다…“증도가와 서체 달라”

입력 2016-12-30 10:29
업데이트 2016-12-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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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국과수 분석 결과 공개…“재질은 금속활자 맞는듯”

지난 6년간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실체가 올해도 끝내 확인되지 않고 해를 넘기게 됐다.

문화재청은 고려시대에 만든 최고(最古)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다보성고미술 소장 ‘증도가자’ 101점을 조사했으나 증도가자인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30일 발표했다.

2010년 9월 다보성 측의 공개로 일반에 처음 알려진 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조사 중인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인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보물 증도가(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보물 758-1호)는 1239년에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원래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 금속활자본을 목판으로 만들어 찍은 복각본으로, 금속활자본 원본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1377년 간행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 결과 증도가자는 보물 증도가와는 서체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윤곽선 분포의 수학적 계산 기법, 딥러닝 기법, 글자 중첩 비교법 등 3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를 비교 검증한 결과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국과수는 1772년 제작된 금속활자인 ‘임진자’와 임진자로 찍은 책의 복각본 글자를 비교한 수치를 증도가자와 증도가 서체 유사도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또 증도가자를 3개 유형(홈형, 홈날개형, 네다리형)으로 나눠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해 본 결과 크기가 가장 작은 홈형 활자를 넣었을 때만 복각본의 광곽(匡郭, 글씨를 둘러싼 사각형 선) 범위 안에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삼성출판박물관의 증도가 책은 광곽 테두리의 세로 길이가 17.3∼18.6㎝인데, 증도가자 중에 크기가 작은 활자들만 나열했을 때 길이가 17.9㎝였다”면서 “다른 유형의 활자는 같은 방식으로 조판하면 18.6㎝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의 활자 크기가 증도가를 찍어내는 데 사용했다고 보기엔 너무 크다는 뜻이다.

다만 증도가자의 재질은 청동 재질의 오래된 금속활자인 것이 맞고,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고활자 유물로 추정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X선 조사, X선 형광분석, 에너지분산 형광분석 등 12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구리, 주석, 납 합금으로 만든 금속활자였다. 납의 산지는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 있는 옥천대·영남육괴와 유사한 분포를 보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증도가자는 한국에서 제작된 고활자 유물로 생각된다”며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려면 활자에 묻은 먹을 조사해야 하는데, 먹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1년 증도가자 4개 활자에 있는 먹의 탄소연대를 분석해 770∼1280년이라는 수치가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를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에 올리고 내년 1월 13일까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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