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Out] 中작가 국내시장 진출 러시

[문화 In&Out] 中작가 국내시장 진출 러시

입력 2014-06-04 00:00
수정 2014-06-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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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붉은 미술’ 상륙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 미술이 다시 국내 화랑가 문을 거세게 노크하는 분위기다. 추상과 구상, 설치미술 등을 가리지 않고 외연을 넓혀 가는 모양새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중국 작가들의 국내 시장 진출 사례는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국공립미술관만 해도 지난해에는 아르코미술관(신중국미술전)과 제주현대미술관(펑정지에전)에서 관련 전시가 열렸고, 올해에는 서울시립미술관(액체문명전)과 대구미술관(장샤오강전)이 흐름을 이어 갔다.

지난해 상반기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신중국미술전은 ‘차이나 아방가르드’ 1세대로 분류되는 쉬빙을 비롯해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해 온 먀오샤오춘, 조형언어를 탐구하는 리후이와 왕웨이 등 대표적인 중견·신진 작가 8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문화부와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이 공동 주최와 기획에 나설 만큼 중국 현지의 관심도 뜨거웠다. 또 지난달까지 이어 온 액체문명전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12명이 공동 전시를 하면서 양국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화랑가의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올 2월 말까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 중국 작가 리판의 개인전 ‘인생예찬’은 회화 작품 100여점을 통해 단편적인 중국 미술계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말 상하이에 지점을 개설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학고재갤러리도 중국의 대표 수묵화가인 톈리밍의 전시를 오는 15일까지 이어 간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달 말까지 ‘평면과 심도’전을 통해 탄핑, 장팡바이, 수신핑 등 중국 추상회화를 이끄는 미술가 8명을 소개했다. 다소 투박한 중국 추상 미술작품들이 유행에 민감한 강남 화랑가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와 뚜렷이 구분된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국내 미술계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에는 화랑과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제한적으로 거래되는 데 그쳤다. 장샤오강, 웨민쥔, 쩡판즈, 팡리쥔 등 ‘중국 미술계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작가들의 고가 작품이 맹위를 떨쳤다.

국내 미술시장 침체와 함께 한동안 거래가 뚝 끊겼던 중국 미술작품들은 지난해부터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공립미술관들이 앞다퉈 다양한 예술관을 지닌 작가들을 소개하면서부터다. 여기에 화랑가까지 가세하면서 작품 경향도 달라졌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선전적 성격이 강했고, 이는 구상미술 작품을 통해 주로 반영돼 왔다. 반면 요즘에는 중국 현대미술시장의 인물 구상화는 물론 추상미술 작품까지 폭넓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은 반복적으로 선을 긋거나 원을 활용해 생명력을 강조하곤 한다. 중국의 사회문제를 대놓고 거론하고, 흐릿한 선과 배경에 몽환적 노장사상을 담는 작품도 상당수다.



‘붉은 미술’ 재상륙의 중심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국내 대형 화랑들이 있다. 한·중 간 문화교류 확대라는 긍정적 취지 외에 양국 간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워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도 깔려 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침체된 국내 미술시장에 지나치게 상업화된 중국 미술계의 융단폭격이 가해지면 국내 신진 작가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중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동시에 우리 미술의 생명력까지 북돋우는 ‘솔로몬의 지혜’는 과연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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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6-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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