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은 제자리걸음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은 제자리걸음

입력 2013-05-24 00:00
수정 201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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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제방 놓자니… 문화재청 “파손 우려” 댐 수위 낮추자니… 울산시 “식수 문제”

‘닭이 먼저일까, 계란이 먼저일까.’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의 보존을 둘러싼 해법찾기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은 가운데 암각화는 6개월 넘게 물에 잠겨 속수무책으로 훼손되고 있다. 보존 대안을 제시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이어 새누리당이 임시제방 설치를 제안했으나 문화재청은 파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23일 문화재청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전체의 23.8%가량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경환 문화재청 반구대암각화 TF팀장은 “암각화가 자리한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부유물과 이끼가 낄 만큼 보존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임시제방 설치 제안에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공식 반대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임시제방이 당장은 물의 흐름을 막아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제방 공사 때 생기는 진동과 분진으로 결국 파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대안이지만, 식수 문제로 울산시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문화재청 주장대로 사연댐 수위를 현재의 15m에서 8m까지 낮추면 남은 물이 사수(死水)가 돼 식수 취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는 지금도 하루 6만t의 물이 부족하다며 자연제방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여론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댐 수위 조절로 식수난을 우려한 인근 언양읍 주민들의 시위로 문화재위원회의 현장 설명회가 무산됐다. 급기야 이튿날 한 지방지가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댐 수위 조절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는 보도를 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내년 6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맹우 울산시장이 물러나면 정부안대로 보존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내용이다. 박 시장은 세 차례 연임해 더 이상 선거에 나설 수 없다.

보다 못한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암각화 보존 해법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으나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울산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북구 진장동 울산YMCA 대강당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시민단체협의회는 울산시민연대 등 울산지역 활동단체들의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울산시가 되살린 태화강의 100분의1만큼이라도 암각화에 신경 썼다면 저 지경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이날 울산박물관에선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울산시 상황을 대변하기 위한 ‘반구대암각화보존특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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