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공존 차원서 지하철 문화콘텐츠 아끼고 지켜가길…”

“종교 공존 차원서 지하철 문화콘텐츠 아끼고 지켜가길…”

입력 2012-09-05 00:00
수정 201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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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넘긴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운영 이용성 사무총장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종교도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사소한 나눔과 공유의 배려부터 먼저 다져야 할 것입니다.” 1999년부터 지하철역 게시판 ‘풍경소리’를 운영해 온 이용성(51) 풍경소리 사무총장. 4일 이른 아침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최근 지하철역에서 ‘풍경소리’ 게시판이 철거돼 사라질 뻔한 사태를 두고 “안타깝지만 넘고 극복해야 할 단계로 본다.”며 희망 섞인 안도의 말부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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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지하철과 철도역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게시판 ‘풍경소리’를 운영해 온 이용성 사무총장. 평화로운 공존의 바탕은 나눔과 공유라고 말한다.
1999년부터 지하철과 철도역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게시판 ‘풍경소리’를 운영해 온 이용성 사무총장. 평화로운 공존의 바탕은 나눔과 공유라고 말한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역사의 ‘풍경소리’ 게시판을 철거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서울시 측이 종교적 부착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시 지하철 환경개선시민개혁단이 쾌적한 지하철 환경 저해 요소 제거와 종교적 형평성 차원에서 게시판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풍경소리’는 전국 지하철, 철도역 승강장 벽과 기둥에 설치된 짧은 글 게시판이다. 1992년에 먼저 시작한 개신교의 ‘사랑의 편지’ 게시판과 함께 시민들에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두 게시판을 철거한다는 방침이 시달됐단다.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지하철 문화 아이콘 풍경소리-사랑의 편지 철거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이 올라왔고 2000여명의 누리꾼이 여기에 동참했다. 이 흐름 때문인지 결국 서울시 측이 백지화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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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설치된 불교의 ‘풍경소리’와 개신교의 ‘사랑의 편지’ 게시판.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설치된 불교의 ‘풍경소리’와 개신교의 ‘사랑의 편지’ 게시판.
“누리꾼들의 반응에 또 한번 놀랐다.”는 이 총장은 시민들의 의식 수준에 못 미치는 시정이 야속하단다. “그동안 타 종교 신자들이 게시판을 훼손한 경우가 드물었고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게시판의 종교적 색채를 의식한 시민이 거의 없었던 점을 볼 때 선교 행위와 종교 편향이란 문제 제기는 지나치다고 봐야지요.”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시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아직 종교 공존 차원의 깊은 헤아림까지는 못 미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종교 마찰에 대한 앞선 우려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불교, 개신교 쪽에서 요란하지 않게 운영해 온 두 게시판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존의 모범으로 삼아도 될 텐데….”

실제로 ‘풍경소리’와 ‘사랑의 편지’ 운영자들은 게시판 글의 내용이 종교적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수시로 만나 고민을 나누고 뜻을 모은다. 3∼4개월 전부터 공모받은 우수한 글 중 정제된 것만 게시한다. 비영리 공익 사업인 탓(?)에 고료며 운영비 마련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높은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일반인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이다. 그동안 게시된 내용을 모아 4권의 단행본을 냈고 지난 3월부터는 외국인들을 위해 게시판에 국문과 영문 글을 함께 싣고 있다.

“지금 종교가 공존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결국 ‘대중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고민과 활동’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비와 평화, 사랑과 화해가 있지요.” 따져 보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종교의 글이 나란히 걸리는 경우도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을 터. 그래서일까 이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은 불교, 개신교 양측이 따로따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형태의 운영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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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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