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민족주의 논쟁에 어떤 고민 던지는가

‘세계화’ 민족주의 논쟁에 어떤 고민 던지는가

이문영 기자
입력 2008-01-10 00:00
수정 2008-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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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시대-탈국가적 상상력’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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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계의 가장 첨예한 논쟁 가운데 하나는 민족주의 논쟁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논쟁 리스트 앞머리엔 늘 민족주의-탈민족주의 논쟁이 자리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지구화·세계화가 논쟁을 현재화·미래화하는 매개변수다.

세계화는 ‘친일´ 대 ‘반일´, ‘식민지근대화론´ 대 ‘자본주의맹아론´으로 대표되던 기존 민족주의 논쟁에 ‘배타적 민족주의´ 대 ‘국제적 탈민족주의´ 논쟁을 가세시켰다. 세계화는 ‘미완의 친일청산 완성론´ 대 ‘자학적 친일청산 비판론´이란 진보-보수간 논쟁구도에 ‘역사바로세우기´ 대 ‘생존 위한 선진화´란 논쟁을 껴입혔고, ‘저항적 민족주의 유효론´ 대 ‘배타적 민족주의 극복론´으로 진보진영 내부를 분화시켰다.

비판사회학회가 11,12일 ‘지구화시대-탈국가적 상상력’이란 주제로 숙명여대에서 여는 심포지엄은 세계화가 민족주의 논쟁에 어떤 고민을 던지는지 잘 보여준다. 심포지엄은 단일 국가 경계 내에서 인식·실천론을 발전시켜 온 사회과학이 지구화와 조우하는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적 연구방법을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가 하는 절박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세계화·지구화와 공명할 때 민족주의 논쟁은 더 이상 먹물들의 한가한 말다툼 차원을 넘어선다. 투자자-국가소송제 도입을 명문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도 ‘탈국가-탈민족적 협정’ 대 ‘국민국가 주권침해’라는 관점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심포지엄의 민족주의 논쟁엔 대표적인 탈민족주의 역사학자 중 한 명인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분단이 개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선다. 임 교수 발표문(‘아래로부터의 지구화와 탈민족적 상상력’)에서 국경으로 상징되는 현 시기 민족주의는 분쟁의 상징이다. 한·일간 독도-다케시마 분쟁, 한·중간의 동북공정 분쟁, 중·일간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 러·일간 쿠릴열도 분쟁 등 국경을 전제로 한 국가 관계는 ‘지뢰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관념이 시민사회의 역사의식을 지배하는 한 민족주의라는 규율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배타적 민족주의를 구성해온 국사(國史) 해체’를 주장한다. 국사가 자국에만 유리한 기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정교과서와 일본의 ‘새역사교과서’는 적대적 공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나라의 일방적 국사 해체가 아니라 동시다발적 국사 해체를 통해 동아시아 차원의 상호비판과 자기성찰적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반면 김 교수 발표문(‘신자유주의 시대의 민중적 민족주의’)은 민족주의가 여전히 낡은 것일 수 없다는 입장에 선다. 그는 “민족주의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면서 “지구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데 수많은 제약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사해동포주의를 갖도록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전술적 수준에서 민족주의는 활용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해외동포와 라이따이한,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여성 등의 문제를 소수자 인권이 아닌 민족 문제와 결부해 풀 때 구체적 실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1-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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