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회적 이슈에 프레임을 장악하라

선거·사회적 이슈에 프레임을 장악하라

이문영 기자
입력 2007-07-31 00:00
수정 200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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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무현 프레임’(노 대통령이 올 대선의 단계적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정국의 판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없다’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범여권에서만도 ‘노무현 프레임’을 깨야 대선승리가 가능하다, 유지해야 이길 수 있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소득 중간층 감소 대책을 정부측에선 ‘양극화 해소’라고 말하고, 한나라당측에선 ‘중산층 되살리기’라고 달리 표현한다. 바로 프레임 장악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인지언어학 용어인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구조화된 정신 체계를 뜻한다. 프레임을 장악한 세력은 해당 분야의 주도권을 쥐고, 대중은 이미 형성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정치권이 프레임에 그토록 민감한 까닭은 한번 세력을 얻은 프레임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대중의 무의식을 장악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 참패하자 독자적인 프레임 구축 없이 한나라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다닌 결과란 분석이 나왔다. 당시 정치권에선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미 캘리포니아대 언어학과) 교수의 프레임 이론이 주목받았다. 최근 그의 새 책 ‘프레임 전쟁’(창비)이 출간됐다. 미국 민주당의 연이은 선거패배 원인을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 패배에서 찾은 레이코프의 분석은 한국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레임이 이슈의 성격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먼저 이라크전쟁을 꼽는다.‘이라크점령’이 아닌 ‘이라크전쟁’이란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전쟁의 대의 획득은 물론 진보주의자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옮긴이인 나익주 전남대 영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비슷한 예로 한국의 ‘세금폭탄’을 든다.‘종합부동산세=세금폭탄’이란 보수언론의 프레임 설정은 종합부동산세가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해를 끼친다는 인식을 퍼뜨려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설정하지 못하고 상대 프레임을 단순 부정하는 것의 역효과도 경고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이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변호했을 때 모든 미국인들은 닉슨을 사기꾼으로 생각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대운하 검증논란을 두고 범여권이 수세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결국 이 후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면서, 같은 예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청계천 개발을 비판한 김민석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패배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이전을 비판한 이회창 후보의 패배 등을 꼽았다. 반면 노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무시전략은 철저한 외면으로 프레임화 자체를 차단한 경우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여권의 대통합논의는 선거 때만 되면 부각되는 ‘민주-반민주’ 구도의 민주대연합 프레임을 답습하는 것으로 진보정치나 생태주의와 같은 새로운 프레임 형성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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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7-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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